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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소개팅

판타지 소개팅: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그가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사람들의 머리 위에 작은 글자들이 떠올랐다. "호감도 27%", "이전 연애 5회", "비밀 보유 중"... 아무도 이 글자들을 보지 못했다. 오직 나만 볼 수 있었다. 내 스물여덟 번째 생일날 갑자기 생긴 이 기묘한 능력은 축복인지 저주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혹시 김서연 씨?" 그가 내게 다가왔다. 왠지 눈을 맞추기 어려웠다. 그의 머리 위에는 "호감도 52%", "이전 연애 2회", "비밀 보유 중"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떠 있었다. 소개팅 상대였던 박진우. 그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생겼고, 웃는 모습은 따스했다. 52%라...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다.

"네, 반갑습니다." 악수를 건네며 말했다. 손이 닿는 순간, 그의 호감도가 55%로 올라갔다. 아마도 내 손이 그의 취향이었나 보다. 작은 승리감에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대화는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그는 같은 SF 소설을 좋아했고, 나처럼 비 오는 날 재즈를 듣는 것을 즐겼다. 커피 잔이 비어갈 때쯤, 그의 호감도는 73%까지 올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비밀 보유 중'이라는 문구가 자꾸 신경 쓰였다. 모두가 비밀을 갖고 있지만, 이 능력이 특별히 표시하는 비밀이라면 중요한 것일 테니까.

"다음에도 만나요." 헤어질 때 그가 말했다. 그의 눈빛은 진실해 보였다. 호감도는 이미 82%였다. 소개팅 치고는 대성공이었다.

이후 우리는 세 번 더 만났다. 넷째 만남에서 그의 손이 내 손을 잡았을 때, 호감도는 94%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비밀 보유 중'이라는 문구는 여전했다. 다섯 번째 데이트에서 그가 내게 키스했다. 그리고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의 머리 위 글자가 깜빡이더니 바뀌었다. "호감도 100%", "이전 연애 2회", "당신과 같은 능력 보유 중".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의 눈이 내 눈을 꿰뚫어 보았다.

"당신도 사람들 머리 위에 뜨는 글자가 보이죠?" 그가 속삭였다. "내 머리 위에는 �이라고 써 있나요?"

말문이 막혔다. 그는 내 머리 위에 뜬 글자를 이미 알고 있었을까? "호감도 97%", "이전 연애 3회", "28번째 생일 이후 능력 발현".

"사실 이건 소개팅이 아니었어요." 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우리는... 같은 종족이에요. 당신처럼 능력이 생겨 혼란스러웠던 사람들을 찾아 안내하는 일을 하고 있거든요. 당신이 마지막이었어요."

"마지막이라니요?"

"우리 종족은 백 년에 한 번, 일곱 명이 태어납니다. 당신이 일곱 번째죠."

그날 밤, 우리는 진짜 첫 데이트를 시작했다. 이번엔 머리 위 글자가 아닌, 서로의 진짜 마음을 읽어가며. 때로는 판타지가 현실이 되고, 소개팅이 운명의 만남이 되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당신의 특별함이 당신을 외롭게 하지 않고, 누군가와 연결해주는 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그날 처음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