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판타지소설

판타지 소설: 그가 쓰는 현실

그가 마지막 문장을 타이핑했을 때, 창밖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판타지 소설 작가 민준은 이미 그 비를 예견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창조'했다. 컴퓨터 화면 속 주인공 세린이 하늘을 향해 비를 내리는 주문을 외웠던 것처럼.

"이건... 우연일 거야." 민준은 타이핑을 멈추고 창가로 다가갔다. 손가락으로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을 만지작거렸다. 차갑고 실제적인 감촉. 지난 3개월간 이런 '우연'들이 너무 많았다. 소설 속 마법사가 푸른 불꽃을 만들어내면 그의 가스레인지에서도 푸른 불꽃이 타올랐고, 주인공이 숲에서 길을 잃으면 민준도 익숙한 동네에서 방향감각을 잃었다.

책상으로 돌아와 모니터를 응시했다. 깜빡이는 커서가 그를 도발하는 듯했다. 그는 주인공 세린이 만나게 될 다음 위기를 쓰기 주저했다. 지금까지는 소소한 일들이었다. 하지만 다음 장은 달랐다. 세린은 거대한 불꽃에 휩싸일 예정이었다.

"내가 미쳐가는 걸까?" 민준은 머리를 움켜쥐었다. 손떨림을 무시하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세린은 불길이 치솟는 탑 꼭대기에 갇혔다. 하지만 그녀는 두려움 대신 평온함을 느꼈다. 그곳에서 그녀는 진실을 보았다—자신이 누군가의 이야기 속 인물에 불과하다는.'

민준의 아파트 화재경보기가 울렸다. 연기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현관문으로 달려갔지만 손잡이는 뜨거웠고, 이미 복도는 불길로 가득했다.

거실로 돌아와 창문을 열려했지만 15층 창문은 안전을 위해 완전히 열리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민준은 노트북을 다시 열었다. 유일한 희망은 소설 속 세린이었다.

'세린은 불속에서도 타지 않는 비밀의 주문을 떠올렸다. 그녀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고, 불길은 그녀를 해치지 못했다.'

민준의 피부가 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연기가 점점 진해졌지만, 불길은 그에게 닿지 못했다. 소방관들이 도착했을 때, 그들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완전히 불타버린 아파트 한가운데, 무사한 한 남자와 노트북이 있었다.

조사관은 민준에게 어떻게 살아남았냐고 물었다. 그는 웃음으로 답했다. "제가 쓴 판타지 소설 덕분이죠."

그날 이후, 민준은 더 이상 소설을 쓰지 않았다. 대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매일 밤, 그는 행복한 내일에 대해 한 문장씩 적었다. 세상이 그의 이야기를 따라오는지, 아니면 그가 세상을 따라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