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패션괴담

패션의 저주: 괴담이 된 런웨이

그 드레스를 입는 순간, 나는 내가 더 이상 나 자신이 아님을 깨달았다. 거울에 비친 완벽한 실루엣과 우아하게 떨어지는 붉은 새틴 원단은 분명 아름다웠지만, 어딘가 잘못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드레스가 나를 입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빈티지 부티크의 주인은 이 드레스가 70년대 파리의 전설적인 디자이너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했다. "이 드레스는 주인을 고른다"는 그녀의 말을 나는 그저 판매 전략으로만 여겼다. 빛바랜 가격표에 쓰인 터무니없이 저렴한 금액에 의심도 들었지만, 내일 있을 패션 매거진 인터뷰를 위해 완벽한 선택이라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드레스의 프릴 사이로 스며나오는 희미한 향기가 내 코를 찔렀다. 달콤하면서도 썩은 듯한 냄새, 시간이 오래된 향수와 뭔가 불길한 것이 뒤섞인 듯했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도시의 불빛들이 드레스의 붉은 천에 반사되어 마치 피가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날 밤, 꿈에서 나는 런웨이를 걷고 있었다. 수백 개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관중들의 박수갈채가 귓가를 울렸다. 하지만 점점 그들의 표정이 공포로 변해갔다. 내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졌고, 드레스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내 몸을 조여왔다. 뒤를 돌아보니 런웨이에는 붉은 자국이 남겨져 있었다. 피였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드레스는 내 침대 옆 마네킹에 완벽하게 걸려있었다. 분명 옷장에 넣어둔 것 같은데. 더 이상한 것은 드레스의 색이 전날보다 더 선명한 붉은색으로 변해 있다는 것이었다. 인터뷰를 위해 그것을 입으려 할 때, 손가락이 원단에 스치자 작은 상처가 생겼다. 드레스가 내 피를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인터뷰는 완벽했다. 사진작가는 내가 입은 드레스에 매혹되었고, 편집장은 즉석에서 다음 호 표지 모델을 제안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점점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거울을 보니 얼굴은 창백했고, 드레스는 더욱 생생한 붉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날 밤 부티크을 다시 찾아갔다. 가게는 비어 있었고, 창문에는 '폐업' 딱지가 붙어 있었다. 주변 상인에게 물어보니 그런 가게는 몇 년 전에 문을 닫았다고 했다. 공포에 떨며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내 침대 위에는 오래된 패션 잡지가 펼쳐져 있었다. 1975년 겨울호였다. 첫 페이지에는 내가 입은 것과 동일한, 아니 정확히 같은 드레스를 입은 모델의 사진이 있었다. 기사의 제목은 충격적이었다: "미스터리한 실종: 유명 모델, 마지막 화보 촬영 후 사라져".

오늘 밤, 나는 옷장 문을 잠그고 열쇠를 버릴 것이다. 하지만 붉은 드레스의 속삭임이 들리는 것 같다. 내일의 패션쇼에서 나는 런웨이의 여왕이 될 것이라고.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