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소설의 마지막 독자
책장에서 튀어나온 검은 액체가 바닥으로 뚝뚝 떨어질 때, 나는 그것이 잉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잉크치고는 너무 끈적거렸고, 향기로운 냄새가 났다. 마치 썩은 꽃의 향기 같았다.
그날 아침, 중고서점에서 발견한 그 호러 소설은 표지도 없이 낡은 가죽으로만 덮여 있었다. 판매자는 "그건 팔지 않아요"라고 했지만, 내가 꼭 갖고 싶다고 하자 이상하게도 공짜로 내주었다. "마지막 독자가 되길 바랍니다"라는 그의 말이 이제야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첫 장을 넘겼을 때, 글자들이 내 눈앞에서 꿈틀거렸다. 그저 피로한 눈의 착시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야기에 빠져들수록, 방 안의 공기는 점점 무거워졌고, 누군가 내 뒤에서 숨을 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책 속 주인공이 어둠 속에서 무언가에게 쫓길 때, 내 아파트의 전등이 깜빡였다. 주인공이 손가락을 베었을 때, 내 손가락에서도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
"책을 덮어. 지금 당장." 내 뇌가 경고했지만, 몸은 마치 마법에 걸린 듯 다음 페이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세 번째 챕터에 이르자, 책에서 흘러나온 검은 액체가 내 손가락을 타고 흘렀다. 이상하게도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내 체온보다 따뜻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주변이 어두워졌다. 창문 밖은 아직 대낮이었지만, 내 방만 그림자로 가득 찼다. 책의 페이지는 이제 비어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모든 단어를 핥아먹은 것처럼.
"이게 무슨 일이지?"
내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지만, 그것은 더 이상 내 목소리가 아니었다. 더 깊고, 더 오래된 소리였다.
거울을 향해 걸어갔을 때, 내 반사상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나는 미소 짓지 않았다.
"환영합니다, 새로운 이야기의 주인공이여." 거울 속 내가 말했다. "당신이 마지막 독자입니다. 이제 당신이 이야기가 됩니다."
손에 든 책은 이제 백지였다. 그리고 천천히, 첫 페이지에 글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책장에서 튀어나온 검은 액체가 바닥으로 뚝뚝 떨어질 때, 그는 그것이 잉크라고 생각했다...'
이제 나는 안다. 호러 소설이란 단지 종이 위의 이야기가 아니라, 독자를 잡아먹는 함정이라는 것을. 그리고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당신이 다음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