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호텔 데이트
그녀가 호텔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시계는 멈췄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나는 프론트 데스크 뒤에서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3년 전 대학 시절, 내가 가장 사랑했던 그녀가 다른 남자의 손을 잡고 내 호텔에 체크인하러 온 것이다.
"안녕하세요, 박서준 님 예약 확인됩니다. 스위트룸 1001호입니다." 내 목소리가 떨렸지만, 그녀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호텔리어의 검은 제복과 단정히 빗어 넘긴 머리가 3년 전 그녀가 알던 대학생의 흔적을 완벽히 지운 듯했다.
그들이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여전히 크리스탈 샹들리에에 부딪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내 청각은 그 소리만을 필터링했다.
업무를 마치고 직원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동료 민지가 다가왔다. "오늘 1001호 고객이 컨시어지에게 특별한 저녁 데이트를 요청했대. 프러포즈할 거래." 커피가 목에 걸렸다.
그날 밤, 나는 비상 계단을 통해 10층으로 올라갔다. 복도 끝에서 1001호 방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지금쯤 레스토랑에서 샴페인을 마시며 프러포즈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청소 카트를 빌려와 문을 두드렸다. 아무도 없었다.
방 안으로 들어가 그들의 흔적을 살폈다. 침대는 정돈되어 있었고, 욕실에는 그녀의 향수 냄새가 감돌았다. 책상 위에는 작은 보석함이 놓여 있었다. 나는 그것을 열어보았다. 다이아몬드 반지가 빛났다.
갑자기 방문이 열렸다. 그녀였다. "죄송합니다, 청소..." 말이 입 안에서 사그라들었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민호야? 네가 여기서 일한다고?" 그녀가 나를 알아봤다.
"아, 네... 미안해요. 청소 요청이 있어서..." 어색하게 중얼거렸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이네. 내가 오빠 생각 많이 했어. 어쩐지 아까 프론트에서 익숙하다 했는데." 그녀가 한 걸음 다가왔다. "알아? 여기 온 것도 우연이 아니야."
혼란스러웠다. "무슨 말이에요?"
"오늘 약혼할 사람, 서준 오빠. 대학 때 내가 항상 얘기했잖아. 내 사촌 오빠." 그녀가 미소지었다. "네가 여기서 일한다는 걸 알고 일부러 이 호텔을 예약했어. 너무 보고 싶었거든."
바닥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녀의 말은 계속되었다. "세 시간 후에 약혼식이야. 같이 저녁 먹을래? 우리 셋이서... 아니, 너도 데이트 신청할 수 있어. 그럼 넷이서." 그녀의 눈에 장난기가 반짝였다.
호텔의 유리창 너머로 도시의 불빛이 반짝였다. 때로는 인생에서 가장 멋진 데이트가 예상치 못한 순간,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