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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소개팅

호텔 소개팅: 잘못된 방 번호

1742호의 문을 열었을 때, 내 앞에 놓인 광경은 소개팅 상대가 있어야 할 식탁이 아니라 침대 위에 엎드려 노트북을 보고 있는 낯선 남자였다. 그가 놀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순간, 나는 내가 호텔 복도에서 방 번호를 잘못 읽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죄송합니다," 나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잘못 들어왔어요."

그 남자는 손을 들어 나를 멈추게 했다. "혹시... 장미 한 송이를 들고 온 사람을 찾고 계신가요?"

내 손에 들린 장미를 내려다보며 나는 혼란스러워했다. "네, 맞아요. 소개팅인데... 1724호로 알고 있었는데..."

"김지연씨죠?" 그가 물었다. 나는 놀라서 고개를 끄덕였다. "전 박현우입니다. 당신의 소개팅 상대죠. 근데 제가 방 번호를 잘못 알려드린 것 같네요."

호텔 로비에서 우리는 웃음으로 어색함을 풀었다. 커피를 마시며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는 출장 중이라 호텔에 묵고 있었고, 내가 편하게 만날 수 있도록 호텔 레스토랑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던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깊고 차분했으며, 커피잔을 잡은 그의 손가락은 피아니스트처럼 길고 우아했다.

"그런데 진짜 방에 들어오셨을 때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그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솔직히 말하면, 소개팅이 아니라 납치될 뻔했나 싶었죠," 내가 농담처럼 답했다.

우리의 웃음소리가 호텔 로비에 울려 퍼졌다. 창밖으로는 도시의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고, 레스토랑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이 우리의 대화에 리듬을 더했다. 그날 밤 우리는 처음 계획했던 두 시간을 훌쩍 넘겨 대화를 나눴다.

일 년 후, 우리는 같은 호텔의 1742호 방 앞에 서 있었다. 그가 키카드로 문을 열자 방 안에는 장미꽃으로 가득 채워진 침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작은 상자를 꺼냈다.

"지연씨, 우리의 시작이 우연한 실수였던 것처럼,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순간들로 가득 차 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순간을 당신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나는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때로는 잘못된 방 번호가 우리를 정확히 있어야 할 곳으로 인도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