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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여름

여름의 호텔: 계절이 머무는 방

에어컨이 멈춘 건 호텔에 투숙한 지 정확히 3시간 27분 후였다. 창문을 열자 여름이 뜨거운 손바닥으로 내 얼굴을 철썩 내리쳤다. 8월의 마지막 주, 도시는 아스팔트에서 피어오르는 열기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나는 리셉션에 전화를 걸었다. "죄송합니다만, 507호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고객님. 곧 기술자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전문적인 공손함 속에 숨겨진 지친 음색이 느껴졌다.

기다리는 동안 창가에 앉아 호텔 앞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아래서는 얼음물을 파는 노점상이 햇빛을 피해 건물 그림자 아래 자리를 잡았고, 행인들은 마치 모래사막을 걷는 것처럼 느린 걸음으로 거리를 지나갔다. 땀에 젖은 셔츠가 내 등에 달라붙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예상했던 유니폼을 입은 호텔 직원 대신, 낯선 노인이 문 앞에 서 있었다. 호텔 배지가 달린 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그의 얼굴은 이 건물보다 오래된 것 같았다.

"에어컨 고치러 왔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마른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 같았다.

노인은 말없이 에어컨으로 다가가 손을 올려놓았다. 그의 손가락이 기계를 만지자마자 찬 공기가 방 안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상하네요, 지금은 멀쩡한데요," 내가 말했다.

노인은 미소를 지었다. "이 호텔은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특히 여름에는 가장 까다롭죠."

"이 호텔에서 오래 일하셨나 봐요?"

"내가 이 호텔에 있었던 게 아니라, 이 호텔이 내 안에 있었지요." 그가 웃으며 대답했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지만, 그의 눈빛에는 설명할 수 없는 깊이가 있었다.

"이 방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까요?" 노인이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창가로 다가가 손가락으로 유리창을 가리켰다. "저기 보이는 공원에서 처음 만난 부부가 있었어요. 그들은 매년 여름, 같은 날에 이 방을 예약했죠. 50년 동안요. 작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노인의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방 안의 온도는 더 쾌적해졌다. 마치 그의 말 한마디마다 과거의 여름이 방 안으로 들어와 현재의 더위를 희석시키는 것 같았다.

그날 밤, 나는 호텔 직원들에게 그 노인에 대해 물었다. 아무도 그런 사람을 모른다고 했다. 리셉션에서는 기술자가 오늘 병가를 냈다고 했다.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호텔의 역사가 담긴 작은 전시관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한 오래된 사진을 보았다. 1954년 여름, 호텔 개관식 사진 속에는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오늘 내 방을 방문했던 그 노인이, 60년도 더 전에 이 호텔의 첫 지배인으로 서 있었다.

창문을 열자 여름 밤의 미풍이 부드럽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이상하게도 더 이상 덥게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이 오래된 호텔이, 또는 어쩌면 이 계절이 나에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어떤 시간은 떠나지 않는다고. 어떤 장소는 모든 여름을 기억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