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의 밤: 여사친과의 경계선
"친구 사이에 무슨 호텔이냐고? 그냥 내 방에서 자면 되잖아."
수민의 말에 나는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대학 졸업 후 7년째 이어온 우정이었다. 수민과 나는 여행을 함께 다니고, 서로의 연애 상담을 해주고, 슬플 때 어깨를 빌려주는 사이였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처음으로 호텔 방 하나를 예약했다.
"야, 네 방은 작잖아. 내일 면접인데 제대로 쉬어야지. 그리고 네 코골이 소리에 잠이나 올 것 같아?"
수민은 웃으며 카드키를 받아들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10년 가까이 친구로 지냈는데도 이상하게 어색했다. 그날따라 수민의 향수 냄새가 유난히 진하게 느껴졌다.
호텔 방은 생각보다 좁았다. 킹 사이즈 침대 하나가 방의 절반을 차지했고, 커튼 너머로 도시의 불빛들이 반짝였다. 우리는 어색하게 서로의 짐을 정리했다.
"먼저 씻을래?" 수민이 물었다.
"아니, 너 먼저 해. 나는 좀 이것저것 정리할게."
샤워실에서 물소리가 들리는 동안,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언제부터였을까. 수민을 볼 때마다 심장이 조금씩 더 빠르게 뛰기 시작한 것은. 그녀의 웃음소리가 좋아서 일부러 재미없는 농담을 던지게 된 것은.
수민이 샤워실에서 나왔을 때,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목선을 따라 흘러내렸다. 나는 시선을 급히 돌렸다.
"야, 넌 참 이상해. 오늘따라 더 그런 것 같아." 수민이 내 옆에 앉으며 말했다.
"그냥... 피곤해서 그래." 거짓말이었다.
수민은 내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침대에 누웠다. "네가 내일 면접 본다고 해서 내가 응원하러 온 거잖아. 그러니까 편하게 자."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을 때, 우리 사이의 거리는 10cm도 채 되지 않았다. 그 좁은 공간에 우리의 7년이라는 시간과,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가득 차 있었다.
"수민아." 어둠 속에서 내 목소리가 떨렸다.
"응?"
"만약에... 우리가 그냥 친구가 아니라면 어땠을까?"
침묵이 흘렀다. 내 심장은 너무 크게 뛰어서 수민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수민의 손이 내 손을 찾아왔다.
"나도... 가끔 그런 생각 했어."
호텔 창문으로 들어오는 도시의 불빛이 우리의 얼굴을 희미하게 비추었다. 수민의 눈에서 나는 두려움과 기대, 그리고 어쩌면 내 눈에 비친 것과 같은 감정을 보았다.
그날 밤, 우리는 7년이라는 선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호텔 방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예전의 '그냥 친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어떤 경계는 한 번 흐려지면, 다시는 선명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