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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여친

호텔 여친: 404호 오류

체크인 카드키를 받는 순간, 내 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404호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나는 호텔 로비의 샹들리에 불빛 아래서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여자친구 수민과의 첫 호캉스, 그것도 내 생일을 맞아 그녀가 직접 예약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4층 복도에 깔린 짙은 버건디색 카펫이 내 발걸음을 부드럽게 받아들였다. 희미한 시나몬 향이 공기 중에 떠다니는 가운데, 나는 방 번호를 하나씩 확인해 나갔다. 401, 402, 403... 그리고 이상하게도 405. 404호가 없었다.

당황한 나는 복도를 다시 천천히 걸었다. 혹시 내가 잘못 본 건가 싶어서. 하지만 분명 403호 다음은 405호였다. 수민에게 전화했지만 신호음만 울릴 뿐 받지 않았다. '장난치는 건가?' 호텔 앱을 열어 예약 정보를 확인했다. 분명 내 이름으로 된 예약, 하지만 방 번호는 403호였다.

프론트로 내려가 상황을 설명했다. "404호요? 죄송합니다만, 저희 호텔엔 404호가 없습니다." 리셉셔니스트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 "컴퓨터 용어에서 '404'는 찾을 수 없는 페이지를 의미하거든요. 건물을 지을 때부터 그 번호는 피했습니다."

갑자기 식은땀이 흘렀다. 나는 폰을 다시 확인했다. 메시지를 보낸 번호는 수민의 것이 맞았지만, 대화 내역을 올려다보니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대화한 건 3개월 전, 헤어지기 직전이었다.

"혹시 고객님 생일이 오늘인가요?" 리셉셔니스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컴퓨터를 들여다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작년에도 같은 날, 같은 문의가 있었네요."

객실로 돌아와 침대에 앉았다. 폰을 열어 수민의 SNS를 검색했다. 마지막 게시물은 정확히 1년 전, 내 생일날 올라온 사진 한 장. 호텔 방에서 찍은 셀카와 함께 짧은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오늘만큼은 완벽한 날이길. 널 기다릴게."

그날 밤 교통사고 소식을 들었던 기억이 갑자기 선명해졌다. 나는 불현듯 깨달았다. 내가 잊으려 했던 기억, 그리고 매년 되풀이되는 그녀의 메시지. 창문 너머로 도시의 불빛이 흐릿하게 빛났다.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나도 널 기다릴게, 찾을 수 없는 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