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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데이트

화장품 데이트: 피부에 스며든 진실

그의 시선이 내 얼굴을 훑어내릴 때마다, 화장품 매장의 형광등 불빛은 더 날카로워졌다. 첫 데이트에서 만난 지 반 년, 민준은 내게 '화장품 테스터'라는 특별한 데이트를 제안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화장품 연구원인 그는 신제품 개발 중이었고, 내가 완벽한 피부 조건을 가졌다고 했다.

"이건 시중에 없는 거야. 특별 제조된 샘플이지." 그가 작은 유리병을 꺼내며 속삭였다. 연분홍빛 액체가 유리 안에서 빛을 반사했다. 살짝 바르자 피부가 화르르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거울 속 내 얼굴은 마치 인스타그램 필터를 씌운 것처럼 완벽했다.

"효과가 놀랍네요." 내 말에 그는 만족스럽게 미소지었다.

그 후로 매주 토요일마다 그의 연구실에서 데이트를 했다. 그의 화장품을 바르면 피부는 점점 더 빛났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동료들은 내 피부 변화에 놀라워했다. "무슨 화장품 써? 정말 피부가 도자기 같아."

어느 날 밤, 우연히 민준의 연구 노트를 보게 되었다. "피부 세포 변이 실험 - 피실험자 #17"이라는 제목 아래 내 사진이 붙어있었다. 차갑게 적힌 기록들. "피실험자의 표피층 변화 확인. 세포 변이 시작됨. 2단계 테스트 진행 예정." 사진 속 내 얼굴은 분명 빛나고 있었지만, 확대된 피부 조직 사진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화장대 앞에 앉아 얼굴을 들여다봤다. 피부는 분명 완벽했지만, 강한 조명 아래서 보니 미세하게 비늘처럼 빛나는 부분이 보였다. 손가락으로 볼을 문질렀을 때, 작은 비늘 하나가 떨어졌다. 공포에 질려 화장을 지웠지만 소용없었다. 그것은 이미 내 피부 속으로 스며들어 있었다.

다음 날, 그의 연구실로 향했다. "변이가 시작됐어요." 내 말에 그는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에 찬 눈빛이었다.

"완벽해. 넌 내 최고의 작품이 될 거야." 그가 다가와 내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이제 우리의 데이트는 새로운 단계로 넘어갈 시간이야."

그날 밤, 나는 그의 연구실에서 모든 화장품 샘플을 가지고 나왔다. 내일은 화장품 회사 CEO들과의 미팅이 있다. 민준은 이 특별한 데이트가 내가 주도하는 것이 될 줄은 몰랐을 테다. 거울 속에서 빛나는 내 피부처럼, 앞으로의 계획도 완벽하게 빛날 것이다. 결국 누가 진짜 실험자이고 누가 피실험자인지는, 실험이 끝나봐야 알 수 있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