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화장품여친

화장품 고백: 여친을 기다리는 밤

화장대 위에 놓인 립스틱이 내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오늘도 오지 않을 거야." 그 순간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미친 건 이 상황이었다. 그녀의 화장품들이 내게 말을 걸기 시작한 지 정확히 7일째였다.

일주일 전, 여자친구 민지는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라는 문자 한 통을 남기고 떠났다. 그리고 화장대에는 그녀의 화장품들이 고스란히 남았다. 처음에는 파운데이션이 말을 걸었다. "그녀의 피부 톤을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건 나였어." 다음날은 마스카라였다. "그녀의 눈빛이 깊어 보이게 만든 건 나야." 화장품들은 마치 그녀의 부재를 채우려는 듯 밤마다 내게 속삭였다.

"당신은 그녀의 주근깨를 사랑했지만, 그녀는 그걸 숨기길 원했어요." 컨실러가 말했다. 그 말에 나는 멈칫했다. 민지의 왼쪽 볼에 옅게 퍼진 주근깨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었지만, 그녀는 항상 그것을 가리려 했다. 아이섀도우 팔레트가 뒤이어 속삭였다. "그녀는 당신이 좋아하는 색과 그녀가 좋아하는 색 사이에서 매일 아침 갈등했어요."

하이라이터가 빛을 반사하며 말했다. "그녀는 빛나고 싶었어요, 하지만 당신 옆에서는 항상 자신이 충분히 빛나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그 말이 가슴을 찔렀다. 우리가 함께 있을 때, 나는 충분히 그녀를 빛나게 해주지 못했던 걸까?

화장품들은 매일 밤 그녀에 대한 새로운 비밀을 알려주었다. 그녀가 울 때 번지지 않게 도와준 워터프루프 마스카라, 그녀가 나를 만나기 전에 항상 바르던 향수, 그녀가 좋아하는 색과 향. 그리고 그녀가 화장품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자신의 모습들.

여섯째 날, 민지의 애용하던 틴트가 말했다. "그녀는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색깔이 있었어요. 하지만 당신이 한 번도 알아차리지 못했죠." 그때서야 깨달았다. 내가 그녀의 변화를 충분히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 그녀의 노력을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일곱째 날, 립스틱이 다시 말했다. "그녀는 오늘도 오지 않을 거야."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대 앞에 앉았다. 모든 화장품들을 하나씩 손에 들어보았다. 민지가 사용하던 순서대로. 그리고 문자를 보냈다. "네가 좋아하는 카페에서 기다릴게. 올 수 있을 때 와줘. 나는 네 모든 색깔을, 네 모든 모습을 사랑해."

다음 날 아침, 화장대 위의 화장품들은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대신 현관 벨소리가 울렸다. 문을 열자 민지가 서 있었다. 주근깨가 살짝 비치는 얼굴에,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색의 립스틱을 바른 채. 그녀의 입술이 움직였다. "이 색,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