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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데이트

회사 데이트: 사각지대의 밀회

복사기에서 나오는 종이 더미를 정리하던 중, 내 손가락에 종이가 베였다. 아픔보다 더 날카로운 것은 그가 내게 건넨 메모의 내용이었다. "오늘 저녁 7시, 지하 2층 창고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세요."

우리 회사는 사내 연애를 금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팀장과 팀원 사이의 관계는 다른 문제다. 특히 그가 내 성과 평가를 담당하는 상사라면. 나는 종이에 맺힌 작은 핏방울을 티슈로 닦아내며 생각했다. 이게 정말 옳은 일일까?

오후 내내 나는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는 척했다. 하지만 내 시선은 끊임없이 그의 책상으로 향했다. 정장 차림의 그는 늘 그랬듯 침착하게 전화를 받고, 회의를 진행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형광등 아래서도 그의 얼굴은 평소와 다름없이 단단했다. 하지만 우리가 복도에서 스치듯 지나칠 때, 그의 손가락이 내 손목을 스쳤을 때, 나는 알았다. 그도 나만큼이나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시계는 6시 45분을 가리켰다. 사무실은 이미 반이나 비어있었다. "먼저 갈게요," 나는 동료들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으로 향했다.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형광등 두 개가 깜빡이며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내 심장 소리가 계단을 울렸다.

창고실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숨이 턱 막혔다. 어둠 속에서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평소의 단단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떨리는, 불안한, 그러나 기대에 차 있는 목소리였다.

"여기 와줘서 고마워요."

그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더 가깝게 다가왔다. 손전등이 켜지며 공간이 드러났다. 놀랍게도 작은 테이블 위에는 와인 두 잔과 간단한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벽에는 작은 LED 조명들이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날 따라온 건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그가 말했다. "사실 이건 데이트가 아니에요."

내 마음이 순간 무너져 내렸다.

"이건 면접이에요," 그가 계속했다. "내일부터 시작될 새 프로젝트의 리더를 뽑고 있어요. 당신의 능력을 믿지만, 회사 정책상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내가 당신을 추천할 수 없었어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안도와 실망이 뒤섞인 웃음이었다. "그럼 이건 비밀 면접인가요, 팀장님?"

그가 와인을 따르며 미소 지었다. "아니요, 이건 비밀 데이트예요. 면접은 그냥 핑계였고요."

우리는 잔을 부딪쳤다. 와인의 진한 향기가 공기 중에 퍼졌다. 그 순간 깨달았다. 때로는 회사의 사각지대가 가장 솔직한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된다는 것을. 그리고 진짜 데이트는 상대방의 마음속에 들어가는 용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