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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여사친

회사와 여사친: 선택의 경계선

그녀의 결혼식 초대장을 받은 날, 나는 회사 옥상에서 서울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열 번째 담배를 피웠다. 유리와 철골로 이루어진 회색빛 건물들 사이로 흘러내리는 도시의 불빛이 눈앞에서 춤을 추었다.

"여기서 뭐해? 회식 시작한 지 한참 됐어."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흠칫 놀랐다. 서연이었다. 대학 시절부터 10년 넘게 곁에 있던 '여사친'. 그리고 내일이면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될 사람.

"그냥... 생각할 게 좀 있어서." 내 손에 들린 초대장을 본 서연의 눈이 잠시 흔들렸다. 초봄의 차가운 바람이 우리 사이로 스쳐 지나갔다.

"축하해, 내일이 큰 날이네." 뻣뻣하게 내뱉은 내 축하 인사에 서연은 희미하게 웃었다. 그녀가 입은 회사 유니폼 위로 달빛이 부서져 내렸다. 우리는 같은 회사에 입사한 지 5년째였다.

"무슨 생각 하는지 뻔히 보여." 서연이 내 옆에 기대어 섰다. "아직도 그날 고백했어야 했다고 후회하는 거지?"

서연의 말에 나는 얼어붙었다. 그토록 숨겨왔던 마음이 그녀에게는 투명한 유리창처럼 보였던 걸까? 졸업을 앞둔 밤, 술에 취해 거의 고백할 뻔했던 그 순간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무슨 소리야, 우린 그냥 친구잖아." 내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회사 복도에서 마주치는 미소, 점심시간의 대화, 퇴근 후의 술자리. 모든 순간들이 '여사친'이라는 경계를 넘지 못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서연의 눈이 내 눈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시간이 멈춘 듯했다. 내일이면 영원히 잃게 될 가능성 앞에서, 나는 용기를 내려 했다.

그때 내 휴대폰이 울렸다. 부장의 전화였다. "어디야? 중요한 클라이언트가 왔는데 자네 발표 자료가 필요해." 현실이 다시 나를 붙잡았다. 승진을 앞둔 중요한 시점, 회사에서의 내 위치가 달린 순간이었다.

"가봐야겠다." 내가 말했다. 회사와 그녀 사이에서, 나는 또다시 선택했다.

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내려가야 해. 내일 결혼식 준비로 일찍 들어가야 하거든." 그녀가 내게서 멀어지며 말했다. "알아? 가끔은 기다림도 선택이 될 수 있어. 누군가는 기다림 끝에 행동하길 선택하고, 또 누군가는... 영원히 기다리기만 하는 걸 선택하지."

나는 그녀가 떠난 자리에 홀로 남았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여사친'과의 관계는 내일이면 완전히 달라진다. 초대장을 바람에 날려보내며 생각했다. 어쩌면 인생은 결국 선택과 포기 사이의 균형일 뿐이다. 그리고 가끔은, 선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포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