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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출근

회사 출근, 평행세계의 아침

바르르 떨리는 스마트폰 알람이 아침 7시를 알렸다. 오늘도 변함없이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이 무거운 이불처럼 그의 몸을 짓눌렀다. 하지만 오늘따라 뭔가 달랐다. 공기 중에 미세하게 퍼져 있는 이질감. 김태현은 눈을 비비며 익숙한 아파트 풍경을 확인했다. 모든 것이 어제와 같아 보였지만, 그렇지 않았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방울은 어제보다 미세하게 차가웠고,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은 어쩐지 한 뼘 정도 왼쪽으로 치우쳐 보였다. 넥타이를 매는 손가락에서는 미세한 정전기가 튀었다. 그는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습관적으로 현관문을 열고 회사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김 부장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김영희 사원이 공손하게 인사했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의아했다. 그는 과장이었지 부장이 아니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생각했다. '설마 승진 소식이 내가 모르게 나간 건가?'

회사에 도착하자 더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모두가 그를 '김 부장'이라 부르며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 그의 자리는 창가 쪽 넓은 공간으로 바뀌어 있었고, 책상 위에는 지난달 자신이 제안했던 프로젝트 기획안이 승인 도장과 함께 놓여 있었다. 실제로는 거절당했던 바로 그 기획안이었다.

점심시간, 갑자기 걸려온 전화. 발신자는 '아내'였다. 태현은 혼란스러웠다. 그는 아직 미혼이었다. "여보, 오늘 좀 일찍 들어올 수 있어? 시어머니께서 오신대." 태현은 말문이 막혔다. 어느 사이에 그는 기혼자가 되어 있었다.

오후 회의실에서 그는 자신의 기획안을 발표했다. 놀랍게도 그의 입에서는 자신도 몰랐던 전문 지식과 통찰력 있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회의실에 앉은 이사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그는 이 모든 상황이 꿈 같았지만, 손바닥에 파고드는 볼펜 끝의 감각은 너무나 생생했다.

퇴근 시간, 태현은 사무실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살짝 흰머리가 섞인 이마와 어깨에 실린 무게감은 분명 달라져 있었다. 그는 문득 깨달았다. 이것은 평행우주였다. 어쩌면 매일 아침 회사에 출근하며 바라던 '다른 삶'이 현실이 된 것일지도.

집으로 향하는 길, 그의 핸드폰에는 익숙하지 않은 주소가 내비게이션에 입력되어 있었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여자와 귀여운 아이, 그리고 그가 항상 꿈꿔왔던 행복한 가정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발걸음을 옮기며 그는 생각했다. '내일 아침에 깨어나면, 나는 어느 세계에 있게 될까?'

태현은 주머니에서 회사 출입증을 꺼내 들었다. 양면에는 서로 다른 직급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뒷면에는 작은 글씨로 쓰여 있었다. "당신이 매일 아침 선택하는 출근길이 당신의 세계를 결정합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출입증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내일 아침, 그는 어떤 출근길을 선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