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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소설

MBTI 소설: 열여섯 개의 운명

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의 MBTI를 볼 수 있다. 머리 위에 떠다니는 네 개의 알파벳이 그들의 본질을 말해준다. 이 능력이 축복인지 저주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서점에서 일하는 나는 매일 수십 명의 사람들을 관찰한다. ESTJ 여성은 자기계발서 코너에서 체계적으로 책을 고르고, INFP 남자는 시집 앞에서 한 시간째 서 있다. 가끔은 ISFJ 노부인이 손주를 위한 동화책을 고르며 미소 짓는 모습도 보인다. 그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들의 핵심을 꿰뚫어 보고 있다.

그런데 오늘, 처음 보는 일이 벌어졌다. 문학 코너에서 한 남자가 소설책을 뒤적이고 있었는데, 그의 머리 위에는 'UNKNOWN'이라는 글자가 떠 있었다. 16가지 유형 중 하나로 분류되지 않는 사람을 처음 봤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추천해주실 만한 소설이 있을까요?" 그가 내게 말을 걸었다. 목소리는 따뜻했지만, 눈빛은 이상하게 깊었다.

"어... 어떤 장르를 선호하세요?" 내 목소리가 떨렸다.

"당신이 좋아하는 책이요. 당신의 유형에 맞는 책을 추천해주세요, INFJ씨."

등줄기로 한기가 흘렀다. 그는 내 MBTI를 어떻게 알았을까? 내가 가진 능력을 그도 가지고 있는 걸까?

"당황하지 마세요. 당신처럼 나도 볼 수 있으니까요. 다만 나는... 조금 특별해서 내 유형은 보이지 않는 거죠." 그는 미소를 지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더 있어요. 모여서 이야기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

그날 밤, 그가 알려준 주소로 향했다. 낡은 빌딩 지하에 위치한 작은 도서관이었다. 문을 열자 열다섯 명의 사람들이 원형으로 앉아 있었다. 그들의 머리 위에는 각각 다른 MBTI가 떠 있었다. 모든 유형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환영합니다, 마지막 조각." 어제의 그 남자가 말했다. "우리는 '유형 독자'들이에요. 다른 사람의 MBTI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죠.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는 각자 다른 소설의 주인공이라는 거예요. 당신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는 테이블 위에 낡은 책 한 권을 올려놓았다. 제목은 'MBTI 소설: 열여섯 개의 운명'이었다. 책을 펼치자 내 이야기가 펼쳐져 있었다. 오늘 아침까지의 나의 일상과, 바로 지금 이 순간까지.

"이제 남은 페이지는 백지예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함께 써나갈 차례입니다." 그가 말했다. "당신은 이제 독자에서 작가로 변할 겁니다. 자, 우리의 소설을 시작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