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여름: 네 가지 계절의 성격
"사람들은 자신이 여름이라고 착각한다."
성격 유형 상담소의 유리문을 열자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내 얼굴을 때렸다. 바깥의 찌는 듯한 열기와는 대조적인 실내 온도에 순간 소름이 돋았다. 38도를 찍는 한여름, 나는 왜 하필 오늘 MBTI 상담을 예약했는지 자문했다.
"김태양 님, 들어오세요."
상담사 박 교수는 나무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책상 위에는 네 가지 색깔의 작은 모래시계들이 놓여 있었다. 빨강, 파랑, 노랑, 갈색.
"INFP라고 했죠?" 그가 내 검사 결과를 보며 말했다. "재미있네요. 당신은 가을이군요."
"네? 가을이요?"
"사람들은 자신을 하나의 유형으로만 규정하려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네 가지 계절을 모두 품고 있어요. 단지 어떤 계절이 더 강하게 드러날 뿐이죠."
박 교수는 갈색 모래시계를 들어올렸다. "이게 당신이에요. 조용하고, 깊이 생각하며, 낙엽처럼 서서히 변화하는 가을. INFP, INTJ 같은 유형들이 주로 가을에 속하죠."
그는 책상 위에 놓인 노란 모래시계를 가리켰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당신이 스스로를 여름이라고 여긴다는 거예요. 왜 그럴까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왜 그동안 내가 활발하고 열정적인 사람이라고 믿었을까? 친구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조용한 편인데.
"우리는 종종 자신의 진짜 모습보다 되고 싶은 모습을 MBTI 결과로 착각해요. 특히 사회가 'E'와 'J' 성향을 선호하는 분위기라면 더욱 그렇죠."
박 교수는 빨간 모래시계(겨울)와 파란 모래시계(봄)도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내게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주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당신이 나에게 예약 메시지를 보냈을 때의 문체는 전형적인 여름 유형이었어요.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앉은 당신은 명백한 가을이죠. 온라인에서 당신은 다른 계절이 되는 거예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찌는 듯한 한여름 아스팔트 위에서 나는 문득 깨달았다. 나는 SNS에선 여름이었고, 직장에선 겨울이었으며, 가족 앞에선 봄이었다. 그리고 혼자 있을 때만 진짜 나, 가을이 되었다.
그날 밤, 나는 모든 MBTI 관련 앱을 삭제했다. 대신 일기장을 펼쳤다. "오늘부터 나는 네 계절을 모두 사랑하기로 했다"라고 적으며, 처음으로 모든 계절의 내가 한 사람 안에 공존한다는 것을 인정했다.
창문 너머로 한여름 밤의 열기가 여전히 느껴졌지만, 내 마음속에선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