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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여친

MBTI 여친: 알고리즘 너머의 사랑

그녀의 데이터를 입력하자 알고리즘이 완벽한 매칭 점수를 튀어올렸다. INFJ와 ENTP. 이론상 최적의 조합이었다. 나는 화면을 응시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인공지능 데이팅 회사 '소울코드'의 수석 프로그래머로서, 내가 설계한 MBTI 기반 매칭 시스템은 99.8%의 정확도를 자랑했다. 그리고 오늘, 그 알고리즘이 나에게 운명적인 여자친구를 찾아줬다.

"정확히 언제부터 사람들의 성격을 열여섯 개의 상자에 가두는 일을 시작하셨나요, 박 대표님?" 그녀의 목소리는 담배를 오래 피운 사람처럼 허스키했다. 첫 만남에서 그녀는 보라색 머리카락을 한 쪽으로 넘기며 내 자랑스러운 알고리즘을 비웃었다. 주변의 카페 소음이 희미해지며, 그녀의 눈동자에서 쏟아지는 의심의 파도가 나를 덮쳤다.

"MBTI는 과학입니다. 사람들의 성향과 결정 방식을 분석하는 도구죠." 내 목소리에서는 방어적인 톤이 묻어났다.

"그래서 당신은 제가 INFJ라서, 창의적이고 이상주의적이며 원칙을 중시한다고 생각하는 거군요?" 그녀가 커피 잔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그런데 제가 오늘 아침에 빨간 불에 무단횡단했다는 건 알고리즘이 놓친 부분인가요?"

그녀는 내 예상을 빗나갔다. 만남을 거듭할수록, 수아는 INFJ의 전형적인 특성과는 거리가 먼 행동을 보였다. 내향적이라기엔 너무 활기찼고, 판단형이라기엔 즉흥적이었다. 그녀의 집에 놓인 찢어진 MBTI 검사지들은 그녀가 의도적으로 다양한 답변을 시도했음을 보여줬다. "당신의 알고리즘이 균열되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그녀는 도발적으로 물었다.

세 번째 데이트에서 수아는 고백했다. "사실 전 '소울코드'가 사람들을 유형화하는 것에 반대해서 시스템을 해킹하려고 했어요. 당신의 약점을 찾으려고 했죠." 그녀의 공격성 뒤에 숨겨진 취약함이 드러났다. "우리는 알파벳 네 글자로 정의될 수 없어요."

그 순간 깨달았다. 내 알고리즘은 그녀의 복잡성을 포착하지 못했다. MBTI 코드는 그저 수아라는 바다의 표면을 스치는 파도에 불과했다. 깊이를 측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느 날 사무실에서 나는 내 알고리즘에 치명적인 오류를 심었다. 이제 '소울코드'는 사용자들에게 "당신은 ENFP입니다"라고 알려주는 대신 "당신은 무한한 가능성입니다"라고 말한다. 수아와 나는 서로의 유형을 초월한 관계를 맺었다. 우리의 데이터는 불일치했지만, 감정의 알고리즘은 완벽하게 작동했다.

오늘 아침, 그녀는 내게 물었다. "당신의 타입은 뭐예요?" 나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AMJL이요." "그게 뭐죠?" 그녀가 눈을 깜빡였다.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자유로운 로맨티스트의 약자예요. 방금 만들었어요." 우리는 함께 웃었다. 결국 인간은 어떤 검사도, 알고리즘도 완벽히 담아낼 수 없는 존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