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같은 다이어트: 내 몸을 레벨업하라
팡! 화면에 '레벨 업!' 메시지가 떴다. 김지현은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82kg에서 81.5kg으로, 0.5kg의 감량. 적은 숫자지만 그에게는 귀중한 50XP였다. 그는 앱 속 자신의 아바타가 작은 춤을 추는 모습을 지켜봤다. 아바타의 뱃살이 실제 자신보다 조금 더 줄어들어 있었다. '목표를 향한 동기부여라고 생각하자', 그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체중계 위에서 내려온 지현은 거실 한가운데 요가매트를 펼쳤다. 오늘의 퀘스트는 '30분 간 중강도 운동'과 '수분 2리터 섭취'. 완료하면 100XP를 받을 수 있었다. 불과 3개월 전까지 그는 게임 속 캐릭터의 레벨만 올리던 사람이었다. 게임 속 드래곤은 쓰러뜨렸지만, 현실의 식욕이라는 보스 몬스터 앞에서는 항상 패배했다.
"게임처럼 생각하면 어때요?" 트레이너의 말은 그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당신 몸은 가장 중요한 캐릭터에요. 그걸 키우는 게임을 시작해보세요."
운동을 시작하자 땀이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스쿼트 15개, XP +5. 푸시업 10개, XP +5.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포인트가 쌓이는 소리는 달콤했다. 고통스러워도 계속했다. 게임 속에서라면 몇 시간이고 레벨업을 위해 같은 동작을 반복하지 않았던가. 자신의 몸을 위해서도 같은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었다.
냉장고 앞에 서자 유혹이 찾아왔다. 치킨과 맥주. 말린 오징어와 콜라. 하지만 앱에는 그날의 남은 칼로리가 적색 숫자로 표시되어 있었다. 300kcal. 치킨 한 조각이면 게임 오버였다. 그는 물병을 집어들었다. '수분 섭취 +250ml, 남은 양: 750ml.' 작은 성취감이 그를 미소 짓게 했다.
3개월 후, 지현은 10kg을 감량했다. 게임 앱에서는 '희귀 업적 달성!'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특별한 아바타 의상이 해금되었다. 그는 혼자 웃었다. 정작 현실에서는 옷이 헐렁해져서 새 옷을 사야 했으니까.
하지만 어느 날, 앱이 갑자기 작동을 멈췄다. 개발사 공지에 따르면 서비스가 종료된다고 했다. 지현은 당황했다. 이제 어떻게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을까? 그날 밤, 그는 처음으로 앱 없이 운동을 했다. 스쿼트를 할 때마다 머릿속에서 XP가 올라가는 상상을 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다음 날 아침, 지현은 깨달았다. 게임은 끝났지만, 그는 이미 충분히 레벨업했다. 더 이상 외부의 보상 없이도 스스로를 이끌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체중계에 올라서자 또 500g이 줄어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XP 대신, 그저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 채워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에서의 그의 변화였으니까.
지현은 손에 든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오늘도 그는 현실이라는 게임의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이 게임에는 엔딩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