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같은 직장: 레벨 업 혹은 게임 오버
"오늘부터 당신들의 연봉은 실시간으로 변동됩니다." 회의실에 던져진 CEO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변했다. 나는 그때 이것이 단순한 성과급 제도의 변형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인생을 게임으로 바꾸는 시작점이었다.
내 책상 위에 설치된 투명 디스플레이에는 이제 내 이름 옆에 숫자가 떠 있다. '윤재혁: 6,850만원'. 어제 8,200만원이었던 내 연봉이다. 보고서를 늦게 제출한 대가로 깎인 금액이다. 사무실은 마치 실시간 주식 거래소처럼 변했다. 동료들의 얼굴에는 게임 캐릭터처럼 수치가 보인다. 소통 능력, 업무 효율성, 창의력 - 모든 것이 계량화되어 우리의 '가치'를 결정한다.
커피 머신 앞에서 김과장이 속삭인다. "어제 프로젝트 발표로 내 연봉 천만원 올랐어." 그의 눈은 게임에서 레어 아이템을 획득한 플레이어처럼 빛났다. 이제 우리의 말투도, 걸음걸이도 달라졌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것조차 '에너지 충전 미션'이 되었고, 회의는 '레이드'가 되었다.
어느 날 아침, 내 스크린에 빨간색 경고 메시지가 떴다. '위험: 당신의 수치가 임계점에 도달했습니다. 다음 분기 평가까지 4주 남았습니다.' 게임에서 HP가 위험수준으로 떨어진 것 같은 경고음이 귓가에 맴돌았다. 마치 타이머가 내 존재를 카운트다운하는 것 같았다.
나는 미친 듯이 일했다. 아침 6시 출근, 밤 12시 퇴근. 주말도 없었다. 스크린 속 내 수치는 조금씩 올라갔지만, 반비례해 내 눈 밑 다크서클은 짙어졌다. 화장실에서 마주친 내 얼굴은 더 이상 내가 아니었다. 미니맵에서 자신의 위치를 잃은 게이머 같았다.
기회는 뜻밖의 순간에 왔다. 중요 고객사 미팅에서 갑작스러운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을 때, 나만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었다. 내 연봉 숫자는 순식간에 두 배로 뛰었다. '레벨 업!' 환호성이 들리는 것 같았다. 동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부러움, 질투, 경외.
그날 밤, 늦게까지 남아 일하던 중 옆자리의 박대리가 쓰러졌다. 119가 출동했지만 그는 과로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그의 스크린 위 숫자는 마지막까지 깜빡이다 결국 '게임 오버'처럼 정지했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다음날 그의 자리는 비어 있었고, 새로운 신입이 채워졌다. 마치 게임에서 캐릭터가 리스폰되는 것처럼.
어느 비 오는 저녁, 퇴근길에 나는 문득 멈춰 서서 위를 올려다보았다. 빗물과 섞인 내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내 손안의 스마트폰에는 여전히 그 숫자가 빛나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핸드폰을 웅덩이에 떨어뜨렸다. 화면이 꺼지는 순간, 처음으로 자유를 느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CEO는 기계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쉽군요. 당신은 우리 시스템에서 잘 적응하고 있었는데." 나는 대답했다. "네, 하지만 전 이제 다른 게임을 하려고 합니다. 제가 직접 규칙을 만드는 게임을요."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 머릿속에서 '새로운 퀘스트가 시작되었습니다'라는 알림이 울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