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의 다이어트: 버려야 할 것들
마지막 체중계 위에서 눈을 감았다. 무게가 아니라 생각들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는 예감, 늘 그랬듯이.
다이어트 앱은 오늘도 빨간색 숫자를 표시했다. 목표까지 8.7kg.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그보다 더 무거운 것들이 쌓여있었다. 전 남자친구의 '살 좀 빼'라는 말, 엄마의 걱정 어린 시선, 쇼핑몰에서 맞지 않는 옷들. 이 모든 기억들이 지방보다 단단하게 내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다이어트는 결국 포기하는 습관을 버리는 거야." 트레이너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오늘 아침, 나는 그의 말을 다르게 해석했다. 정말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일까.
냉장고 앞에 서서 딸기 요거트를 집어들었다. 칼로리를 확인하는 대신, 창가로 걸어가 아침 햇살을 맞으며 첫 숟가락을 떠올렸다. 산뜻한 신맛이 혀끝을 자극했다. 언제부터 음식의 맛보다 숫자에 집착했던 걸까. 두 번째 숟가락, 세 번째 숟가락. 천천히 맛을 음미했다.
런닝화를 신고 공원으로 향했다. 예전에는 칼로리 소모량을 체크하며 뛰었지만, 오늘은 스마트워치를 침대 위에 놓아두었다.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지면의 감각, 폐로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 이마에 맺히는 땀방울. 숫자가 아닌 내 몸의 감각에 집중했다.
저녁, 거울 앞에 섰다. 평소라면 지방이 모인 부위를 노려보며 혐오감을 느꼈을 시간. 대신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 몸이 살아있음에, 내가 숨을 쉴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거울에 작은 포스트잇을 붙였다. "당신은 충분합니다."
일주일이 지났다. 체중계는 500g 줄어든 숫자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숫자가 예전처럼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내 고민의 무게가 훨씬 가벼워진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달 후, 다이어트 앱을 삭제했다. 삭제하는 순간 이상한 해방감이 밀려왔다. 체중은 3kg 줄었지만, 버려진 것은 그보다 더 무거웠다. 자기 혐오, 타인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이 모든 것들이 내 인생에서 다이어트된 것들이었다.
오늘 아침, 새 다이어리를 샀다. 첫 페이지에 적었다. "가장 성공적인 다이어트는 불필요한 고민을 버리는 것"이라고. 체중계는 아직 욕실 한켠에 있지만, 이젠 그저 숫자를 알려주는 기계일 뿐이다. 내 가치를 측정하는 도구가 아니라. 그리고 모든 다이어트가 그렇듯,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을 버릴지 아는 지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