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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직장

마지막 출근일의 고백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회사 메신저로 그 말을 타이핑하는 내 손가락이 떨렸다. 열다섯 번째 퇴사 메일 초안이었다. 열다섯 번째 삭제. 다섯 해 동안 이 직장에서 나는 매일 퇴사를 꿈꾸며 출근했다.

34층 유리창 너머로 도시가 작은 레고 조각처럼 펼쳐진다. 누군가의 꿈이 모여 있는 회색 빌딩숲. 내 책상 위 몬스테라는 인공 형광등 아래서도 무럭무럭 자랐다. 식물은 적응의 천재다. 나는 아니었다.

"김 대리, 년차 보고서 수정본 언제 올라와요?" 항상 그렇듯 부장의 목소리에는 채근이 묻어있다. 그의 목소리만 들어도 내 위장은 쥐어짜인다. 에어컨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바람이 뒷목을 훑었다.

"오후까지 올리겠습니다." 습관적으로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다. 내 목소리는 언제나 이 사무실에서 3데시벨 정도 작다. 부장은 고개를 끄덕이고 지나갔지만, 그의 실망이 내 어깨를 누른다.

점심시간, 구내식당 테이블에 혼자 앉아 김치찌개를 휘젓는다. 오늘따라 붉은 국물이 유난히 선명하다. 옆 테이블에서는 신입사원들이 주식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운다. 저들의 열정이 언제까지 갈까. 밥을 한 숟가락 뜨는데, 갑자기 목이 메었다.

오후 세 시, 부장의 메일이 도착했다. '김 대리 보고서 내용 좋습니다. 승진 평가 때 잘 말해놓을게요.' 내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다섯 해 동안 들어본 가장 따뜻한 말이었다. 그런데 왜 이제야? 왜 내가 모든 것을 포기하기로 한 바로 오늘?

저녁 여섯 시, 사무실이 붉은 노을에 물들었다. 동료들은 하나둘 퇴근을 준비한다. 나는 모니터를 끄고 서랍을 정리했다. 작은 종이상자에 내 흔적을 모두 담았다. 몬스테라만 남겨두기로 했다. 적어도 이 식물은 여기서 잘 살아가니까.

"김 대리, 퇴근해요?" 부장이 내 책상 앞에 섰다. 지금이다. 지금 말하지 않으면 영원히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부장님, 사실 제가..." 내 입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늘이 마지막 출근입니다. 퇴사합니다."

예상과 달리 부장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없었다. 그저 잠시 침묵하다가 그가 말했다. "알고 있었어요. 당신 책상 위 달력에 오늘 날짜에 빨간 동그라미가 쳐져 있더군요."

우리는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말없이 숫자가 내려오는 것을 지켜봤다. 그때 부장이 불쑥 말했다.

"사실 나도 오늘까지예요. 30년 다녔어요, 이 회사." 놀라 그를 바라보니 그의 눈가에 주름이 깊게 패여 있었다. "항상 말하고 싶었어요. 당신이 이 팀에서 가장 성실한 직원이었다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우리는 나란히 들어섰다. 유리벽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며 도시의 불빛들이 점점 가까워졌다. 우리의 고백은 이 투명한 공간에 맴돌았다. 서로에게 가장 솔직했던 순간, 우리는 이미 서로의 세계를 떠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