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고백: 현실의 문턱에서
"죄송합니다만, 이번에도 아쉽게 되었습니다." 구십 번째 메일이었다. 나는 화면을 응시하다 눈을 감았다. 숫자가 늘어갈수록 감각이 무뎌진다고 했던가. 처음 열 번은 가슴이 무너졌고, 스무 번째는 소리 내어 욕을 했으며, 마흔 번째부터는 웃음이 나왔다. 이제 아흔 번째에 이르러 나는 그저 숨을 고르는 것으로 반응을 대신했다.
창밖으로는 여름비가 내리고 있었다. 물방울이 유리창에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시간의 흐름처럼 일정하게 들려왔다. 책상 위에는 지난 2년간의 여정이 증거물처럼 놓여 있었다. 자격증 서류들, 반짝이는 토익 점수, 그리고 내 이력서를 장식하던 상장들. 그것들은 꿈을 좇았던 흔적이자, 현실에 부딪혀 깨진 거울 조각 같았다.
"너 취업 준비하는 거 아직도 안 끝났어?"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실망이 함께 묻어났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스물아홉,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 서른을 앞둔 나에게 그 말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
오후 다섯 시, 평소처럼 카페에 앉아 여섯 번째 지원서를 작성하고 있을 때였다. 옆자리에 앉은 낯선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혹시... 취준생이세요?"
나는 잠시 놀랐지만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보이나 봐요."
"저도요," 그녀가 말했다. "삼 년 차예요."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서 나와 같은 피로와 절망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낯선 연대감이 피어났다. 서로의 실패담을 나누며 우리는 웃었고, 그 웃음은 차츰 진솔한 고백으로 이어졌다.
"사실 나, 정말 지쳤어요," 내가 말했다. "더 이상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원하는 게 뭔지도."
"그래서 오늘 결심했어요," 그녀가 대답했다. "이번 지원이 마지막이에요. 그 다음엔..." 그녀는 잠시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그 다음엔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할 거예요. 사회적 기준이나 부모님의 기대와 상관없이."
그 순간 무언가가 내 안에서 변했다. 종이 위에 인쇄된 내 인생이 아닌, 실제 내 삶의 주인공으로 서고 싶다는 갈망이 솟아올랐다. 우리는 밤늦게까지 대화를 나눴다. 취업이라는 단어가 우리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 스스로에게 고백하는 시간이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새로운 파일을 열었다. 이번에는 이력서가 아닌, 내가 진짜 원하는 삶에 대한 계획서였다. 아흔 번의 거절이 있었지만, 처음으로 나는 내 자신에게 솔직해지기로 했다. 가장 어려운 고백은 때로 자기 자신에게 하는 것임을 깨달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