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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다이어트

날씨와 다이어트: 폭풍이 몰아치는 42일

오늘부터 비가 사십이 일간 내린다고 했다. 기상청 예보관의 미간이 찌푸려진 채로 전하는 뉴스를 보며 나는 다이어트 계획표를 창밖으로 던지고 싶었다. 하필 체중계에 올라섰던 아침, 세 자리 숫자의 시작이 바뀐 날이었다.

"비 오는 날엔 살이 찐다던데." 엄마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과학적 근거는 없겠지만, 저기압이 몸을 무겁게 만들고 식욕을 돋운다는 말은 나에게 완벽한 변명거리가 되었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와 함께 냉장고를 열었다.

빗줄기가 강해질수록 내 의지는 약해졌다. 둘째 날, 헬스장 가는 길에 우산이 뒤집혔다. 셋째 날, 러닝머신 위에서 흘린 땀방울보다 창밖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더 많았다. 넷째 날, 나는 계란 프라이 위에 치즈를 한 장 더 올렸다.

일주일이 지났을 때, 체중계는 이미 반란군이 되어 있었다. 비가 창문을 때리는 소리가 "포기해, 포기해"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소리에 홀린 듯 배달앱을 열었다.

열흘째 되는 날, 기상캐스터는 "역대급 장마"라는 표현을 썼다. 같은 날 저녁, 나는 "역대급 치팅데이"를 기록했다. 빗소리를 BGM 삼아 피자 한 판을 비웠다. 죄책감은 빗물처럼 금세 씻겨 내려갔다.

이십 일째, 기적이 일어났다. 아니, 정확히는 폭우가 잠시 그쳤다. 쨍한 햇볕이 구름 사이로 비집고 나왔다. 그 짧은 틈을 타 나는 달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가 후들거릴 때까지. 무지개가 떴을 때, 나는 몸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비가 아닌 내 의지의 증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서른째 날, 또다시 폭우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빗소리가 "계속해, 계속해"라고 응원하는 것 같았다. 좁은 원룸에서 요가 매트를 펴고, 빗소리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바깥 세상이 물에 잠겨도 내 의지만은 떠오르고 있었다.

마흔째 날, 체중계의 숫자는 여전히 완고했지만, 거울 속 내 모습은 달라져 있었다. 어깨가 펴지고, 눈빛이 단단해졌다. 그날 저녁, 나는 냉장고 대신 책장으로 향했다. 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오래된 소설책을 펼쳤다.

마흔두 번째 날, 비가 그쳤다. 나는 체중계에 올라서기 전에 창문을 활짝 열었다. 빗물에 씻긴 세상이 선명하게 빛났다. 체중계의 숫자는 기대만큼 줄지 않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는 마침내 깨달았다—날씨는 내 다이어트를 방해한 게 아니라, 진짜 적은 항상 나 자신의 변명이었다는 것을.

창가에 앉아 첫 햇살을 맞으며, 다음 비가 올 때까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상상했다. 확실한 건, 이제 더 이상 날씨 탓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오늘 하루, 맑은 하늘만큼이나 마음도 가뿐해진 채로 새로운 계획표를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