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능한 날씨 같은 직장
오늘 아침의 날씨는 내 얼굴보다 더 잿빛이었다. 유리창에 소리 없이 미끄러지는 빗방울들이 내 인생처럼 아무런 목적지 없이 흘러내렸다. 회사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내 손가락에선 이미 체념이 묻어났다.
"오늘 오전 회의에서는 구조조정 얘기가 나올 거래." 김 대리의 속삭임이 내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하필 이런 날씨에. 비 내리는 날은 항상 나쁜 일이 생겼다.
회의실 공기는 차가웠다. 에어컨 바람보다 더 차가운 것은 임원들의 시선이었다. 창밖으로는 여전히 비가 내렸고, 회의실 안에서는 해고라는 번개가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부터 우리 부서는..." 부장이 입을 열자 모두의 호흡이 멈췄다. "...혁신적인 재택근무 시스템을 도입합니다."
예상과 달리 구조조정이 아닌 근무환경 개선 발표였다. 창밖을 보니 어느새 비가 그치고 엷은 햇살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날씨처럼 변덕스러운 직장 생활이었다.
그날 이후 우리 회사는 달라졌다. 사무실에 앉아있는 시간보다 성과를 중시하는 문화가 생겼고, 나는 종종 카페나 공원에서 일했다. 그날의 날씨에 따라 일할 장소를 골랐다. 비 오는 날엔 창가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맑은 날엔 공원 벤치에서 햇살을 받으며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장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혁신적인 변화였습니다만, 그 과정에서 제 자리가 없어졌네요." 그의 쓸쓸한 미소가 사무실을 떠돌았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가 자신의 자리를 내주며 우리를 지켜준 것이었다. 창밖으로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직장 생활은 날씨 예보처럼 불확실했다. 아침에는 맑음을 예고했다가도 오후에는 폭우가 쏟아지기도 한다. 때로는 누군가의 우산이 되어주고, 때로는 타인의 양산 아래 피하기도 한다.
오늘도 나는 창밖의 하늘을 본다. 어제의 날씨가 오늘을 예측할 수 없듯, 내일의 직장 생활도 알 수 없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날씨에 맞는 옷을 입고, 필요할 때 우산을 준비하는 것뿐. 창문 너머로 무지개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인다. 결국 모든 비는 그치게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