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친과 뉴진스: 넌 내 우정을 알 수 없어
"진짜 남자친구랑 헤어진 거야?" 동현의 목소리가 카페 한켠에 울려 퍼졌다. 나는 급히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며 그의 입을 막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근데 크게 슬프지는 않아. 뭐랄까... 예상했던 일이야."
동현은 내 맞은편에 앉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십 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한 '남사친'이었다. 그에게 나는 언제나 투명한 존재였고, 나에게 그는 항상 든든한 벽이었다.
"뭐, 이별 노래 듣고 있어? 발라드?" 동현이 내 이어폰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니, 뉴진스." 내가 말했다. "ETA 듣고 있어. 슬픈 노래보다 이런 게 도움이 되더라고."
그의 눈이 커졌다. "너 언제부터 뉴진스 팬이었어? 내가 작년부터 광팬인 거 알면서..."
나는 웃음을 참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항상 들려줬잖아. 어느새 중독됐나 봐."
동현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지금 시간이면 딱 발매 시간이네. 새 앨범 나왔어."
우리는 이어폰을 하나씩 나눠 끼고 새 노래를 들었다. 리듬이 귓가를 두드리는 동안, 동현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박자를 맞추고 있었다. 그의 눈이 반짝거렸다. 이런 표정, 열 번도 넘게 봐왔다. 새 게임이 출시됐을 때, 좋아하는 영화의 속편이 개봉했을 때, 그리고... 그가 첫사랑에 빠졌을 때.
"이번 앨범도 대박이다." 그가 말했다. "너도 좋아?"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뉴진스에 빠진 것은 음악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동현과의 연결고리였다. 그가 좋아하는 것을 나도 좋아하게 된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응, 좋아." 내가 말했다. "근데 음악보다... 더 좋아하는 게 있어."
"뭔데?"
나는 잠시 망설였다. 십 년의 우정을 걸고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음... 그 노래를 들려준 사람."
동현의 얼굴이 굳었다. 한순간 내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너무 오래 걸렸어." 그가 말했다. "내가 뉴진스 노래를 네게 계속 들려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Attention' 가사 한번 제대로 들어봤어?"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열 살 때부터 서로의 곁을 지켜왔던 남사친과 여사친은, 어쩌면 뉴진스의 노래처럼 항상 거기 있었지만 누구도 먼저 말하지 못했던 감정을 드디어 인정했다. 때로는 가장 가까운 거리가 가장 먼 여정을 필요로 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