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친과 다이어트: 숨겨진 진심의 무게
오늘도 주현은 체중계 위에서 한숨을 내쉰다. 숫자는 일주일 전보다 200그램 증가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몸무게가 아니라 말하지 못한 진심이었다.
"야, 오늘도 샐러드야? 그거 먹고 어떻게 살아?" 카페테리아에서 민우가 주현의 앞에 앉으며 자신의 햄버거를 꺼냈다. 주현은 민우의 음식에서 퍼지는 고소한 냄새에 침을 꿀꺽 삼켰다. 10년 지기 남사친 민우는 늘 이렇게 그녀의 다이어트를 방해했다. 그의 앞에선 의지력이 마른 나뭇가지처럼 부러졌다.
"넌 살 필요 없어. 그냥 네 모습 그대로가 좋아." 민우의 말에 주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남자들은 다 그렇게 말하지만, 데이팅 앱에서 그녀를 스와이프하는 손가락들은 잔인했다.
"오늘 저녁에 내가 요리할게. 건강한 거 해줄게." 민우의 제안에 주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민우의 요리는 언제나 맛있었고, '건강한'이란 단어가 붙으면 다이어트 중에도 허용된다고 자신을 속였다.
그날 저녁, 민우의 아파트 현관을 열자마자 향신료와 구운 야채 향이 주현을 반겼다. 테이블 위에는 칼로리를 계산한 듯한 단백질 샐러드와 구운 닭가슴살, 그리고 작은 컵케이크 하나가 놓여 있었다.
"컵케이크는 다이어트 식단에 없는데." 주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잖아." 민우가 미소를 지었다.
"무슨 특별한 날인데?"
"우리가 처음 만난 지 10년 되는 날." 민우의 말에 주현은 깜짝 놀랐다. 그런 날인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식사를 마치고 컵케이크를 반으로 나눠 먹으며, 주현은 문득 물었다. "너는 왜 다이어트 안 해? 너도 살 좀 있잖아."
민우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난 내 몸이 좋아. 이 살 덕분에 추운 겨울에도 따뜻하고, 힘도 세고...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나를 좋아하는 건 내 외모 때문이 아니잖아."
주현은 그 말에 얼어붙었다. 자신이 민우를 좋아한다고? 10년간 쌓아온 우정이 한순간에 다른 의미로 보였다.
"내가... 널 좋아한다고?"
민우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그러니까... 친구로서..."
하지만 이미 늦었다. 주현의 머릿속에서 모든 퍼즐 조각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다이어트에 실패할 때마다 위로해주던 민우, 그녀가 데이트할 때마다 미묘하게 불편해하던 그의 태도, 항상 그녀를 있는 그대로 봐주던 유일한 사람.
"너... 혹시..." 주현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민우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날 밤, 주현은 체중계 위에 다시 올라섰다. 숫자는 여전했지만, 이제 그것이 그녀에게 주는 무게감은 달랐다. 때로는 진정한 자신을 볼 수 있는 사람의 시선이, 어떤 다이어트보다 자신을 가볍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