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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친직장

남사친의 직장: 경계선 너머의 감정들

"오늘따라 네 눈이 유난히 아름답네." 그의 말이 사무실 공기 속에 잠시 떠돌았다. 나는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웃음으로 가볍게 받아넘겼다. 5년 지기 남사친이자 같은 팀 동료인 민우의 농담은 언제나 그랬다. 선을 넘지 않는 친밀함, 그것이 우리 관계의 규칙이었다.

주변 동료들은 우리를 볼 때마다 수군거렸다. "저 둘, 정말 아무 사이 아닌 거 맞아?" 하지만 우리에겐 명확한 경계선이 있었다. 점심시간에 함께 먹는 김치찌개, 야근 후 나누는 한 잔의 소주, 퇴근길에 나누는 일상 대화까지. 그 모든 것들이 우정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날은 팀 프로젝트 마감일이었다. 회의실에 남은 건 민우와 나뿐이었다. 형광등 아래 그의 얼굴이 평소보다 창백해 보였다. "괜찮아?" 내가 물었을 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다른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안이 왔어."

갑작스러운 소식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5년간 매일 보던 얼굴이 사라진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함께 야근하며 붙인 포스트잇, 실수했을 때 몰래 도와주던 순간들, 힘들 때 건네던 따뜻한 위로의 말들. 그 모든 일상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축하해. 정말 잘됐다." 입에서 나온 말은 공허했다. 민우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나 떠나면 가장 그리울 건... 네가 타주는 커피야." 우리는 어색하게 웃었지만, 공기 중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떠다녔다.

민우의 마지막 출근 날, 사무실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다만 내 심장만이 이상하게 뛰고 있었다. 퇴근 시간, 그는 자신의 책상을 비우고 내게 다가왔다. "잘 지내. 남사친." 그 말에 내 안의 무언가가 무너져 내렸다.

"그동안... 정말 친구로만 생각했어?" 용기를 내어 물었다. 민우는 잠시 침묵했다. "직장에서는 항상 그래야 했어. 우리 둘 다를 위해서."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우리가 그어놓은 경계선은 어쩌면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변명이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날 밤, 퇴근길에 비가 내렸다. 우산을 나란히 쓰고 걸으며 민우가 말했다. "이제 우리는 같은 회사 사람이 아니야."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알아차리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때로는 관계를 정의하는 것은 직함이나 타이틀이 아니라, 그 사이에 흐르는 보이지 않는 감정의 선이라는 것을.

비에 젖은 도로 위에 우리 그림자가 겹쳐졌다. 더 이상 남사친도, 직장 동료도 아닌 우리는 새로운 경계를 그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