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친의 취업 전략: 우정과 경쟁 사이
"네가 지원한 회사에 나도 최종 면접 합격했어." 민준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을 때, 내 심장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우리가 동시에 같은 회사를 노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것도 단 한 자리를 두고 경쟁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민준은 대학 4년 내내 나의 남사친이었다. 시험 전날 새벽까지 함께 공부하고, 취업 준비를 위해 서로의 자기소개서를 봐주던 친구. 그의 날카로운 조언이 내 합격의 일등 공신이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경쟁자가 되었다.
"축하해." 내 입에서 건조한 단어 하나가 떨어졌다. 축하는커녕, 머릿속에서는 누가 더 합격 가능성이 높을지 비교하는 계산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민준의 논리적인 사고력과 프로젝트 경험이 떠올랐다. 반면 내가 가진 것은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스킬. 우리는 너무나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틀 뒤, 카페에서 민준을 마주했다. 테이블 위에는 두 잔의 아메리카노와 함께 노트북이 놓여 있었다. 그는 여전히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번 최종 면접, 같이 준비하자. 네가 약한 부분 내가 도와줄게."
그 말에 나는 거의 커피를 뿜을 뻔했다. "농담이지? 우리 경쟁자야. 한 명만 뽑는대."
"그럼 더 좋은 사람이 붙는 거지." 민준의 눈빛은 진지했다. "우정과 경쟁이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해? 네가 최선을 다해도 내가 이기면 그건 내 실력이고, 네가 이기면 그건 네 실력이야. 어차피 우리 둘 중 한 명은 다른 회사 가면 되잖아."
민준의 논리는 냉철했지만, 그의 제안에는 따뜻함이 있었다. 우리는 밤새도록 예상 질문을 만들고, 서로의 답변을 날카롭게 피드백했다. 내가 약한 기술적 질문들을 민준이 보완해주었고, 나는 그의 딱딱한 표현들을 더 인간적으로 다듬어주었다.
최종 면접날, 우리는 나란히 앉아 대기실의 긴장감을 나눴다. 그리고 각자의 면접실로 들어가기 전, 민준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최선을 다해. 그래야 내가 이겨도 억울하지 않을 테니까."
결과는 일주일 후에 나왔다. 내가 합격했고, 민준은 떨어졌다. 합격 전화를 받은 순간, 기쁨보다 먼저 찾아온 건 민준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축하해. 네가 더 적합한 사람이었나 보다." 그의 목소리에 원망은 없었다. "그런데 나도 좋은 소식이 있어. 우리가 같이 지원했던 B사에서 연락이 왔어. 최종 합격이래."
우리의 취업 여정은 경쟁으로 시작해 각자의 자리를 찾는 것으로 끝났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정이라는 이름의 동반자가 있었기에, 우리는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 어쩌면 진정한 남사친의 가치는, 취업이라는 인생의 고비를 함께 넘어가며 비로소 증명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