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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게임

남편의 게임: 두 번의 리셋

그날 밤, 내 남편이 자살했다. 적어도 열두 번째였다. 모니터 불빛이 어둠 속에서 푸르게 번지는 동안, 그는 또 다시 리셋 버튼을 눌렀다.

"이번엔 꼭 성공할 거야. 마지막 보스만 죽이면 돼."

김대현, 서른여섯, 내 남편이자 열혈 게이머. 우리 결혼 생활 5년 동안 그의 모든 감정은 그 사각형 화면에서 나왔다. 분노, 좌절, 희열, 성취감. 모니터 속 세상이 그의 현실이었고, 현실은 그저 로딩 시간처럼 견뎌야 할 무언가였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아파트 안에 울려 퍼졌다. 딸깍딸깍. 우리 대화의 배경음악. 때로는 유일한 대화.

"밥 먹었어?" 내가 묻는다.

"응." 그의 눈은 화면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오늘 승진 인터뷰 있었잖아."

"아, 망했어. 다음에 도전할게." 게임 속 캐릭터처럼 담담하게 말했다.

냉장고에서 찬밥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삑- 소리가 나자 그제야 고개를 돌리는 남편. 잠시 현실로 돌아온 듯했다. 그의 눈이 내 눈과 마주쳤다. 낯선 사람 같은 표정.

"당신, 가끔은 나도 게임이었으면 좋겠어?"

대답 대신 그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날 밤, 나는 꿈을 꿨다. 내 인생에 리셋 버튼이 있었다. 작고 빨간색 버튼. 한 번 누르면 모든 것이 처음부터 다시. 나는 주저 없이 그 버튼을 눌렀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여느 때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게임은 하지 않고 있었다. 화면에는 이력서가 띄워져 있었다.

"뭐해?" 놀라서 물었다.

"새 직장 알아보는 중. 어제 말했잖아, 다음에 도전한다고."

갑작스러운 변화에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때 그가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젯밤에 깨달았어. 내가 게임에 너무 몰두했다는 걸. 당신이 나를 게임처럼 리셋할 수 있다면 진작 눌렀겠지?"

그의 말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도 함께 웃었다.

"그래도 이번 주말까지는 게임 좀 해도 될까? 마지막 보스만 죽이면 끝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우리 결혼 생활도, 지금 막 두 번째 리셋 버튼을 누른 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