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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맛집

남편의 맛집: 기억의 레시피

남편이 돌아온 날, 냉장고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5년 전 그가 떠나기 전에 넣어둔 고추장과 묵은지 몇 조각만이 남아있었다. 사람의 빈자리보다 냉장고의 공허함이 더 크게 느껴지는 아이러니한 순간이었다.

"그래도 뭔가 해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요리사였잖아," 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따뜻했지만, 눈가의 주름은 더 깊어져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음식을 만들었을까, 누구를 위해 요리했을까 하는 질문들이 혀끝에서 맴돌았지만, 꾹 누르고 말았다.

남편은 묵은지와 고추장을 꺼내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프라이팬에서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매콤한 향이 부엌을 가득 채웠다. 그 냄새는 우리의 첫 아파트, 결혼 초 서툴게 만들던 저녁 식사, 마지막으로 함께 먹었던 이별의 밥상을 떠올리게 했다.

"맛집 찾아다니느라 바빴어?" 내가 물었다. 그는 잠시 손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맛집은... 많이 가봤지. 하지만 전부 엉터리였어. 네가 없는 식탁에서 먹는 음식은 다 그랬어." 그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내가 찾고 있던 맛은 이런 거였어. 불완전하고, 서툴지만, 함께 있는 이 순간의 맛."

그날 밤 우리는 묵은지와 고추장으로 만든 볶음밥을 먹었다. 처음 봤을 때는 맛없어 보였지만, 한 입 베어 물자 눈물이 핑 돌았다. 미식가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맛,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도 재현할 수 없는 맛이었다.

"5년 동안 매일 네게 전화하려고 했어," 그가 밥을 삼키며 말했다. "하지만 용서를 구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대신 요리를 했어. 네게 먹이고 싶었던 모든 요리를."

식탁 위에는 레시피 노트가 놓여 있었다. 펼쳐보니 '그녀에게 만들어줄 음식들'이라는 제목 아래 365개의 요리법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각 요리마다 날짜와 함께 그날의 감정,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우리는 5년의 공백을 메우듯 그 레시피 노트를 함께 읽었다. 어떤 날은 분노로, 어떤 날은 그리움으로, 또 어떤 날은 회한으로 가득 찬 요리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오늘 만든 볶음밥 레시피와 함께 '돌아갈 수 있을까?'라고 적혀 있었다.

밤새 우리는 그의 요리 노트를 보며 울고 웃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나는 처음으로 빈 냉장고를 채우러 시장에 나갔다. 남편의 맛집은 결국 집이었다. 그리고 진정한 레시피는 언제나 우리의 기억 속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