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보드게임: 인생의 주사위
그날 밤, 남편이 까만 상자를 들고 왔을 때 나는 그것이 우리 결혼 생활을 완전히 바꿔놓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특별한 보드게임이야. 둘이서만 할 수 있는 거야." 그의 눈빛에는 오래전에 사라졌던 장난기가 돌아와 있었다.
상자를 열자 이상하게도 게임판은 우리 아파트의 평면도와 똑같았다. 주사위는 하나, 말은 두 개뿐이었다. 규칙서에는 간단히 적혀 있었다. '진실만을 말하라. 주사위의 숫자만큼 이동하고 멈춘 자리에서 그 공간에 얽힌 진실을 말하라.'
"장난치는 거야?" 내가 물었다. 남편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첫 번째 턴, 남편이 주사위를 굴렸다. 4. 그는 우리 침실로 말을 옮겼다. "이곳에서 난 종종 네가 잠든 모습을 보며 울었어. 다시 사랑에 빠지려고 노력하면서."
가슴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내 차례였다. 주사위는 2를 보였다. 부엌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매일 아침 네가 출근한 후에 나는 혼자 커피를 마시며 내가 결혼을 실수했는지 생각해."
방 안에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의 다음 턴. 5가 나와 거실 소파에 도착했다. "여기서 우리가 마지막으로 진심으로 웃었던 게 언제인지 기억나? 3년 전, 정전이 됐을 때 촛불 켜고 보드게임했던 날이야."
게임은 계속됐다. 매 턴마다 우리는 더 깊은 진실을 토해냈다. 우리 집의 구석구석이 마치 고해소처럼 변했다. 서로의 상처, 분노, 실망, 그리고 여전히 남아있는 희망까지.
자정이 훌쩍 넘어갈 때쯤, 우리는 마지막 칸에 도착했다. 현관문. 남편이 말했다. "이곳에서 매일 아침 너를 보내며 네가 돌아올까 두려워했어. 우리 사이에 남은 게 없을까봐."
눈물이 흘렀다. "나도 매일 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오늘은 뭔가 달라질까 기대했어."
게임이 끝났을 때, 우리는 마주 앉아 있었다. 그에게 물었다. "이 게임은 어디서 구한 거야?" 남편은 웃으며 말했다. "없는 걸 만들었어. 우리를 위해."
다음 날 아침, 남편은 상자를 다시 꺼내 내게 건넸다. 열어보니 게임판이 바뀌어 있었다. 이번엔 우리 동네 지도였다. 주사위는 여전히 하나, 그러나 말은 이제 하나뿐이었다. 규칙도 바뀌었다. '함께 가고 싶은 곳으로 가라.' 서로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빛 속에서, 마지막 말이 없어도 우리는 이제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기로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