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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생존

남편의 생존: 그가 선택한 마지막 여정

박지훈은 자신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흰 수의를 입은 '자신'이 관 속에 누워있는 동안, 그는 구석에 서서 아내의 눈물을 지켜보았다. 아무도 그를 볼 수 없었다. 죽은 사람을 누가 보겠는가.

"당신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아내 미라가 영정사진을 향해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깨진 유리처럼 날카로웠다. 지훈은 대답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사흘 전, 그는 자신의 죽음을 연출했다. 한강에 뛰어든 것처럼 보이게 했다. 차는 강변에 버려두고, 신발과 지갑은 물가에 놓았다. 완벽한 자살 현장이었다. 경찰은 시신을 찾지 못했지만, 상황으로 미루어 사망 선고를 내렸다. 보험금 5억은 미라에게 갔다.

감당할 수 없는 빚, 실패한 사업, 그리고 그를 끝없이 쫓아오는 채권자들. 지훈에게 죽음은 유일한 탈출구였다. 아니, 정확히는 '가짜 죽음'이었다. 처음에는 남편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방법이라고 자신을 설득했다. 보험금으로 아내는 빚에서 해방되고, 그는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례식장의 공기는 무거웠다. 향 냄새와 눈물 냄새가 뒤섞여 지훈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조문객들 사이로,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눈에 띄었다. 채권자 김 대표였다. 그는 미라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고, 미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지훈씨가 생존해 있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보험금은 받을 수 없을 겁니다."

지훈의 심장이 멈췄다. 어떻게? 그는 모든 흔적을 지웠다. 휴대폰 GPS, CCTV 사각지대, 완벽하게 계획했다. 그때 미라가 김 대표에게 건넨 대답이 지훈을 얼어붙게 했다.

"알고 있어요. 제가 그를 도왔으니까요."

지훈은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물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냉정한 미소가 자리 잡았다. 그녀는 영정사진을 향해 속삭였다. "남편의 생존은 내 행복의 죽음을 의미했어. 이제 우린 둘 다 자유야."

그제야 지훈은 깨달았다. 그가 만든 탈출구는 사실 함정이었다. 아내는 그의 계획을 알고 있었고, 한 발 앞서 있었다. 이제 그는 진짜로 죽은 사람이 되었다. 사랑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유령으로.

장례식장을 나서는 미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지훈은 생각했다. 생존이란 단순히 심장이 뛰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그리고 때로는, 죽음이 가장 정직한 형태의 삶일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