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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소개팅

남편의 소개팅: 죽은 줄 알았던 그 사람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5년 전 결혼했을 때보다 훨씬 나아 보였다. 내일은 소개팅이 있었다. 남편이 사고로 죽은 지 1년 만의 일이었다.

"괜찮을까요?" 친구 민지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너무 이른가 싶어서... 하지만 정현이 오빠가 좋은 사람이라서."

괜찮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인생은 계속되어야 했다. 옷장 구석에 아직도 걸려있는 남편의 셔츠에서 시선을 돌렸다. 공기 중에 그의 향수 냄새가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았다.

"괜찮아. 고마워." 내 목소리는 생각보다 단호했다.

카페에 들어서자 민지가 소개한 남자가 보였다. 까만 머리에 단정한 셔츠,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뒷모습이 묘하게 익숙했다.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가 고개를 돌렸을 때,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여보..."

민지의 당황한 표정이 시야 구석에 들어왔다. 소개팅 상대 정현은... 내 남편이었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

"누구... 신지?" 그의 혼란스러운 눈빛. 날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민지의 설명에 의하면, 정현은 1년 전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었다고 했다. 새 신분증, 새 직업, 새 인생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민지는 그를 우연히 만났고, 잘 맞을 것 같아 소개했다고 했다.

그날 밤, 우리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대화를 나눴다. 그의 웃음소리는 여전했지만, 그가 좋아하던 커피 맛이 바뀌었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사랑이 아닌 호기심이 가득했다.

"사진 좀 보여줄래요?" 그가 물었다.

휴대폰을 건넸다. 우리의 결혼식 사진, 신혼여행 사진, 마지막 생일 파티 사진까지. 그는 화면 속 자신을 보며 천천히 눈물을 흘렸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요.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아파요."

그날 이후, 우리는 천천히 다시 시작했다. 처음 만난 연인처럼, 처음 데이트하고, 처음 손을 잡았다. 가끔 그는 문득 익숙한 행동을 보였다 -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해내거나, 내 생일을 갑자기 떠올리는 것처럼.

남편과의 소개팅은 우리에게 두 번째 기회였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회. 어쩌면 이번에는 다른 결말을 맞이할지도 모르겠다. 그가 내게 다시 프러포즈할 때, 나는 망설였다. 지난 1년간 그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왜 돌아오지 않았는지 아직도 모른다. 하지만 삶이란 때로는 완벽한 답을 주지 않는 법이다.

오늘 밤, 그의 옆에 누우며 생각한다. 사람은 두 번 죽는다고 했다. 한 번은 실제로 숨을 거두는 순간, 또 한 번은 마지막으로 그 사람의 이름이 불릴 때. 내 남편은 죽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내가 알던 그 사람은 이미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새로운 누군가... 그럼에도 여전히 그를 사랑한다. 아마도 사랑은 기억보다 더 깊은 곳에 뿌리내리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