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여친: 나만의 비밀 창고
남편의 휴대폰이 진동으로 울렸다. 그리고 내 인생은 그 순간부터 뒤틀리기 시작했다.
주방에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던 중, 카운터 위에 놓인 그의 휴대폰 화면이 밝아졌다. "우리 오빠, 오늘도 수고했어♡" 알림이 떴다. 발신자명은 '여친'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10년 결혼 생활 동안 남편이 나를 '여친'이라고 부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손에 묻은 밀가루를 허벅지에 대충 문지르며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암호가 필요했다. 우리 결혼기념일? 실패. 그의 생일? 실패. 내 생일? 실패. 다섯 번의 시도 끝에 화면은 30분 동안 잠겼다. 그리고 그 순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자기야, 나 왔어."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따뜻했다. 마치 두 개의 삶을 완벽하게 분리해 놓은 것처럼.
식탁에 앉은 우리는 평소처럼 대화를 나눴다. 그는 회사 이야기를, 나는 오늘 읽은 책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내 머릿속은 오로지 하나의 단어로 가득 찼다. '여친'.
"오늘 일찍 자야겠어. 내일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그는 식사 후 서둘러 침실로 향했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휴대폰을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것뿐.
그날 밤, 남편이 깊이 잠든 후 나는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목적지는 지하실.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내가 관리하는 공간이었다. 남편은 한 번도 내려가지 않았다. 그곳에는 내 취미 용품들이 있다고만 알고 있었다.
차가운 지하실 바닥을 밟으며, 벽에 붙은 스위치를 올렸다. 형광등이 깜빡이며 켜지자, 벽면을 가득 채운 사진들이 드러났다. 모두 남편의 사진이었다. 회사 앞에서, 카페에서, 그리고 낯선 여자와 함께 있는 모습도. 내가 3개월 동안 비밀리에 수집한 증거들.
나는 서랍을 열어 작은 인형을 꺼냈다. 남편을 닮은 그 인형에는 이미 수십 개의 바늘이 꽂혀 있었다. 오늘은 가슴에 한 개를 더 추가했다. 그리고 옆에 놓인 또 다른 인형을 집어 들었다. 아직 바늘이 하나도 꽂히지 않은, 여자 모양의 인형이었다.
"여친이라..." 나는 중얼거렸다.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번졌다. 이제 곧 만나게 될 내 새로운 '여친'을 생각하며. 내일은 그녀의 집 앞에서 기다려야겠다. 그녀도 내 '남편'처럼, 내 비밀 컬렉션의 일부가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