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마지막 여행: 미완성 지도
당신이 죽은 남편의 서랍을 열었을 때, 거기엔 당신이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장소들이 표시된 지도가 있었다. 당신은 그 종이를 집어 들었고, 희미한 커피 자국 위로 그의 필체가 춤추는 것을 보았다. "내가 없어도, 넌 계속해서 살아갈 거야."
지도는 오래되어 가장자리가 닳아 있었다. 손가락으로 표시된 경로를 따라가자 종이에서 그의 애프터쉐이브 향이 희미하게 느껴졌다. 이것은 그가 계획했던 여행이었다. 당신을 위한 여행. 하지만 그는 급성 심장마비로 갑자기 떠났고, 당신은 이제 혼자였다.
첫 번째 목적지는 강원도 어느 작은 마을이었다. 그곳에 도착했을 때 비가 내렸다. 빗방울이 당신의 우산을 두드리는 소리가 마치 그의 심장 박동처럼 들렸다. 마을 입구에서 노인 한 명이 당신을 알아보고 다가왔다.
"드디어 오셨군요. 그분이 말씀하셨어요, 언젠가 당신이 올 거라고." 노인은 당신의 손에 작은 상자를 건넸다. 그 안에는 남편이 대학생 시절 쓴 일기장이 있었다. 당신을 만나기도 전에, 그는 당신을 상상했다.
두 번째 목적지는 부산의 한 등대였다. 짠 바다 내음이 당신의 코를 찔렀고, 파도 소리가 귀를 채웠다. 등대지기는 편지 한 통을 건넸다. "3년 전, 그분이 맡기셨습니다." 편지에는 남편이 투병 중에 쓴 글이 있었다. 자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여행은 계속되었다. 지도에 표시된 모든 장소마다 당신을 위한 메시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제주도의 카페에서는 그가 좋아하던 음악이 흘러나왔고, 전라도의 한 절에서는 그가 당신을 위해 심은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충청도의 작은 서점에서는 당신이 읽길 바랐던 책 목록이 있었다.
마지막 목적지는 당신들이 처음 만났던 서울의 공원이었다. 벤치에 앉아 그의 편지를 펼쳐 읽었다. "이것이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야. 내가 먼저 떠나더라도, 너는 이 여행을 통해 나를 만나게 될 거야. 그리고 그 끝에서, 넌 혼자서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당신은 지도를 접었다. 하늘은 맑았고, 나뭇잎들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주머니에서 작은 노트와 펜을 꺼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제는 당신의 차례였다. 누군가를 위한 지도를 그릴 시간이었다. 아니, 당신 자신을 위한 새로운 여행을 시작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