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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영상

남편의 영상: 기억의 저편

유품 정리를 하던 그날, 나는 남편의 노트북에서 '죽기 전에 꼭 보세요'라는 제목의 영상 파일을 발견했다. 창밖으로 내리치는 빗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던 순간이었다.

"안녕, 지연아." 영상 속 남편의 목소리는 선명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떠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는 내가 좋아하던 푸른 셔츠를 입고 있었고, 배경은 우리가 신혼여행을 갔던 오키나와의 해변이었다. 언제 찍은 영상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이 영상을 보고 있다면, 난 이미 세상을 떠났겠지." 그의 말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미안해, 비밀이 있었어. 네가 알면 너무 힘들어할까 봐 말하지 못했어."

남편은 자신이 말기 암 진단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사고로 죽은 줄 알았던 그가, 사실은 오래전부터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다니. 손가락이 떨려 영상을 잠시 멈추었다. 창밖의 빗소리는 점점 더 격렬해졌고, 그 소리가 내 심장을 두드리는 것 같았다.

"난 네게 슬픔을 주기 싫었어. 마지막까지 웃으며 함께하고 싶었지." 영상 속 남편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우리의 마지막 여행을 계획했어. 오래 기억에 남을 완벽한 이별을."

그제서야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갑자기 계획한 여행, 그가 남긴 수많은 사진들과 영상들, 그리고 마지막 날 그가 운전을 고집했던 이유까지. 그는 자신의 죽음을 '사고'로 위장하고 있었다. 보험금이 나오게 하기 위해서였다.

"지연아, 미안해. 하지만 이게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했어. 내 병원비로 모든 저축을 탕진하는 대신, 네가 새 삶을 시작할 수 있게."

영상은 계속됐다. 남편은 자신의 병이 발견된 순간부터 어떻게 계획을 세웠는지, 어떻게 마지막 순간까지 행복한 척했는지 모두 설명했다. 그가 마지막에 운전대를 틀어 절벽으로 차를 몰았던 것은 사고가 아니라 치밀한 계획이었다. 나를 차에서 밀어내고 혼자 떨어진 것도.

영상이 끝나갈 무렵, 남편은 마지막 미소를 지었다. "사랑해, 언제나. 부디 행복하게 살아줘. 나를 기억하되, 나에게 갇히지 말고."

화면이 검게 변하고, 빗소리만 남았다. 창가에 서서 빗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비가 올 때마다 남편의 영상을 다시 본다. 때로는 그의 선택이 용서가 되고, 때로는 증오가 된다. 하지만 언제나 비가 그치면, 그의 마지막 말이 내 안에서 울려 퍼진다 - "나를 기억하되, 나에게 갇히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