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직장: 그림자 속 진실
아내는 남편의 직장에 처음 방문한 날, 구내식당에서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오년 동안이나 함께 살았는데, 검은색 정장을 입고 여러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는 그의 뒷모습은 너무나 낯설었다. 그녀가 알던 남편은 집에서 늘 허리를 구부정하게 굽히고 걸었지만, 지금 눈앞의 남자는 꼿꼿한 자세로 자신감 있게 걸어가고 있었다.
"민지 씨, 저희 팀장님 참 대단하시죠?" 옆에 있던 여직원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그 '팀장님'이 자신의 남편이었다. 집에서는 항상 그녀의 의견에 "당신 말이 맞아"라고 고개를 끄덕이던 사람. 지금은 회의실에서 당당하게 프레젠테이션을 이끌고 있었다.
컵에 담긴 커피가 그녀의 떨리는 손 때문에 흔들렸다. 남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옥타브 높았고, 말투는 더 빠르고 단호했다. 회의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그의 모습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윤재 씨는 우리 회사의 보물이에요." 인사팀장이 그녀에게 말했다. "항상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어려운 결정도 과감히 내리죠. 그런데 오늘 행사에 참석하셨다니 놀랍네요. 항상 가족 행사는 참석하지 않는다고 하셨거든요."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3년간 남편이 가족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던 이유는 '중요한 회의'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단지 오지 않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회의가 끝나고 사람들이 하나둘 빠져나갔다. 마침내 둘만 남았을 때, 그녀는 질문했다. "여기서의 당신은 누구예요?"
남편은 잠시 움찔했지만, 곧 얼굴의 표정이 바뀌었다. 집에서 보던 부드러운 미소가 아닌, 어딘가 계산된 듯한 미소였다.
"사람은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야. 여기선 내가 결정권자니까."
"집에서는?"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집에서는..." 그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피로를 풀러 가는 곳이지. 거기서까지 결정을 내리고 싶진 않아."
그녀는 그제서야 이해했다. 집은 그에게 휴식처였고, 그녀는 그 공간의 관리인이었다. 그의 진짜 삶, 진짜 열정은 이곳 직장에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그녀는 물었다. "오늘 저녁엔 뭘 먹고 싶어요?"
남편은 평소처럼 "당신이 좋을 대로"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그 말 뒤에 숨겨진 진실을 알았다. 그것은 무관심이 아니라 선택적 양보였다. 직장에서 수백 개의 결정을 내린 사람이 집에서는 결정의 부담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그날 밤, 그녀는 남편의 서랍을 열었다. 그의 일기장에는 그가 직장에서 내린 결정들, 승진에 대한 야망, 그리고 때로는 그녀에 대한 생각들이 적혀 있었다. "집은 내 진짜 모습을 잊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는 문장이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일기장을 다시 서랍에 넣고 누구의 진짜 모습이 더 진실한 것인지 생각하며 창밖의 어둠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