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달콤한 초콜렛
그 초콜렛을 발견했을 때, 나는 알아야 했다. 냉장고 맨 뒤편, 야채 서랍 아래 조심스럽게 숨겨진 검은색 상자는 남편이 15년 동안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세심함을 담고 있었다. 하트 모양의 스티커가 붙어있는 그 상자를 손에 들자 묘하게 무거웠다.
초콜렛은 우리 결혼생활과 비슷했다. 겉은 달콤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껍질, 그리고 안에는 누구도 모르는 내용물. 때로는 쓰고, 때로는 달콤하며, 때로는 완전히 예상 밖의 맛을 내는. 남편은 초콜렛을 좋아한 적이 없었다. 당뇨 가족력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상자는 분명 나를 위한 것이어야 했다.
열여덟 번째 결혼기념일 전날이었다. 거실 시계는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남편은 오늘도 야근이라며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전화는 꺼져 있었다. 다섯 달 동안 반복된 일상이었다. 그는 변했다, 우리는 변했다. 말수가 줄었고, 눈 맞춤도 사라졌으며, 주말 산책도 더 이상 없었다.
상자의 리본을 천천히 풀었다. 안에는 12개의 초콜렛이 정교하게 배열되어 있었다. 각각의 초콜렛 밑에는 쪽지가 있었다. 첫 번째 초콜렛 아래의 쪽지에는 '우리가 처음 만난 카페'라고 적혀 있었다. 두 번째는 '첫 키스한 영화관', 세 번째는 '프로포즈했던 한강공원'... 모든 초콜렛 아래에는 우리의 추억이 담긴 장소가 적혀 있었다.
마지막 초콜렛 아래에는 길게 적힌 글이 있었다: "사랑하는 당신, 나는 우리의 추억이 담긴 모든 장소를 다시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내일, 우리의 결혼기념일에 당신이 원한다면, 이 장소들을 함께 다시 방문하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동안 야근이라 말했던 시간들은 이 초콜렛을 만들기 위해 수업을 듣고 있었습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남편-"
초콜렛 하나를 입에 넣었다. 달콤함과 쓴맛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마치 결혼생활처럼.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이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장미 한 송이가 들려 있었고, 눈에는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반짝임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초콜렛처럼, 우리의 사랑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고 복잡한 맛을 내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