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남편패션

남편의 패션: 옷장 속 비밀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양복은 죽은 남편의 것이다. 그의 체취가 아직 남아있는 것 같아 어제는 향수를 뿌려보았다. 버버리 향수. 그가 생일 선물로 받고 한 번도 뿌리지 않았던. 이상하게도 이 양복을 입으면 그가 살아있는 것만 같았다.

남편은 패션에 무심한 사람이었다. 아니,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보였다. 항상 같은 스타일의 셔츠와 바지, 회사에서는 단조로운 회색 양복. 15년 결혼 생활 동안 그의 옷장은 무채색 천국이었다. "옷은 그저 입는 것일 뿐이야"라고 그는 종종 말했다. 나는 그런 그를 위해 쇼핑을 자처했고, 그는 늘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장례식이 끝나고 한 달, 그의 물건들을 정리하는 날이 왔다. 옷장을 열자 낯선 옷들이 나를 맞이했다. 화려한 패턴의 셔츠, 대담한 색상의 재킷, 심지어 가죽 바지까지.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옷들. 값비싼 디자이너 라벨이 달린 옷들. 그리고 옷장 구석에서 발견한 작은 메모장. 그 안에는 날짜별로 정리된 착장 사진들과 패션쇼 일정, 그리고 낯선 사람들의 연락처가 빼곡했다.

"오늘 미팅에서 네이비 블레이저가 히트였어. 다음 주 패션위크 준비 필수."

그의 일기장에는 내가 전혀 모르는 삶이 기록되어 있었다. 회사에서 돌아오는 길, 그는 어딘가에 들러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주말 출장이라 말했던 그 시간들, 그는 패션쇼의 최전선에 있었다. 사진 속 그의 표정은 내가 본 적 없는 생기로 가득했다.

서랍 맨 아래에서 발견한, 내 생일에 맞춰 제작을 의뢰했다는 맞춤 드레스 스케치. 그리고 메모: "그녀에게 내 진짜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됐다."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그는 그 기회를 얻지 못했다. 나는 이제 남편의 비밀 패션 세계를 조각조각 맞추고 있다. 전화번호부에 있던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마르코의 아내입니다."

선이 연결되자 상대방은 잠시 침묵했다. "마르코의... 아내요? 그가 결혼했다는 얘기는 처음 듣네요."

오늘 나는 남편의 양복을 입고 그가 가려 했던 패션쇼에 참석한다. 그의 두 번째 삶을 이해하기 위해. 거울 속 내 모습은 낯설지만, 어쩐지 이 옷이 내게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그가 나를 위해 남겨둔, 아직 발견하지 못한 또 다른 나를 위한 초대장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