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있는 남편: 그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
남편의 호텔 카드키가 내 손 안에서 차갑게 빛났다. 호텔 리셉션에서 "죄송합니다만, 김 선생님은 이미 체크아웃하셨습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 심장이 멈췄다. 분명 남편은 오늘까지 출장이라고 했다. 그의 마지막 문자는 "호텔에서 저녁에 보자"였다.
817호.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내 손가락이 떨렸다. 리셉션에서 처음엔 거절했지만, 내가 그의 아내임을 증명하고 나서야 마지못해 카드키를 건넸다. "이상합니다. 시스템상으로는 체크아웃되었는데요..." 직원의 목소리가 복도를 울리는 엘리베이터 소리에 묻혔다.
호텔 복도는 너무 길었다. 두꺼운 카펫이 내 발소리를 삼키는 동안, 머릿속에선 수천 개의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출장이 연장된 건지, 아니면... 숫자가 올라갈수록 심장은 더 빠르게 뛰었다. 813, 815, 그리고 마침내 817.
카드키를 문에 갖다 대자 초록색 불이 깜빡였다. 문은 열렸지만, 방 안은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마치 아무도 머물지 않은 것처럼. 침대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욕실의 수건들은 깨끗하게 접혀 있었다. 남편의 흔적이라곤 어디에도 없었다.
불안감에 휩싸인 채 방을 샅샅이 뒤졌다. 옷장, 서랍, 침대 밑...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내 시선이 침대 옆 탁자 위, 호텔 메모지에 멈췄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남편의 필체였다.
"미안해.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수 없어. 나는 네가 아는 그 사람이 아니야. 우리의 결혼은 시작부터 거짓이었어. 찾지 마. 잊어줘."
메모지를 손에 쥔 채 창가로 걸어갔다. 8층 창문 너머로 도시가 무심하게 빛나고 있었다. 갑자기 눈에 들어온 작은 반짝임. 창틀 구석에 작은 USB가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손으로 떼어내자 뒷면에는 서툰 글씨체로 "진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호텔 룸의 TV에 USB를 연결했다. 화면에 나타난 영상은 내 남편이 아닌, 낯선 사람의 얼굴이었다. "이 영상을 보고 있다면, 난 더 이상 살아있지 않을 거야. 내 이름은 김준호가 아니야..."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난 증인 보호 프로그램에 있었어. 5년 전 목격한 사건 때문에... 그들이 마침내 날 찾아냈어. 널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어."
영상이 끝나고 화면이 꺼졌을 때, 방 안은 어둠에 잠겼다. 창밖으로는 도시의 불빛만이 차갑게 빛났다.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알 수 없는 번호. 내 손가락이 통화 버튼을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진실을 찾아 나서는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