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노래: 남편의 기다림
해질녘 창문에 빗방울이 부딪히는 소리가 그녀의 노래를 대신했다. 민수는 아내가 떠난 지 정확히 일년 째 되는 날, 소파에 앉아 낡은 녹음기를 손에 쥐었다.
"이건 우리 첫 데이트 때 불렀던 노래야. 기억해?" 아내의 목소리가 테이프에서 흘러나왔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깊고 맑았다. 민수는 눈을 감고 그 소리에 몸을 맡겼다. 물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듯, 그의 기억도 천천히 과거로 흘러갔다.
아내는 프로 가수는 아니었지만, 그녀가 노래할 때면 세상이 조용해졌다. 샤워할 때, 요리할 때, 심지어 잠들기 전에도 그녀는 항상 작은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그것은 그들 생활의 배경음악이었다. 민수는 그 소리가 얼마나 특별한지 미처 깨닫지 못했다.
진단을 받은 날,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목소리를 잃게 되더라도, 당신은 내 노래를 기억해줄 거죠?" 민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말의 진정한 무게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내의 건강은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되었다. 병마와 싸우는 동안에도 그녀는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목소리가 점점 약해질수록, 민수는 더 귀 기울여 들었다.
마지막 녹음은 그녀가 병원 침대에 누워있을 때였다. "이건 당신만을 위한 노래예요."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속삭임에 가까웠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사랑이 담겨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그녀는 떠났다.
민수는 남편으로서 일년 동안 매일 밤 그녀의 테이프를 들었다. 처음에는 눈물을 참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소리는 그에게 위안이 되었다. 오늘, 그는 무언가를 결심했다.
녹음기 옆에 새 테이프를 놓고 '녹음'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했다. 음정도 리듬도 엉망이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것은 응답이었다. 그녀의 노래에 대한 그의 대답.
"이건 당신만을 위한 노래예요." 민수는 아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그의 노래는 방 안에 울려 퍼졌고, 그것은 마치 그들이 함께 부르는 듀엣처럼 느껴졌다.
창밖으로 비가 그치고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민수는 녹음을 마치고 테이프를 꺼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라벨을 붙였다: '남편의 응답'. 그는 이제 알았다. 사랑은 끝나지 않는 노래였고, 자신은 그저 다음 소절을 부르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