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다이어트: 저녁 여섯 시의 노래
살을 뺀다는 것은 무언가를 포기하는 일이었다. 차영주는 그날 저녁 여섯 시, 다시 한번 그 사실을 깨달았다. 냉장고 문을 열자 깨알같이 적힌 메모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의 저녁: 닭가슴살 샐러드와 노래 한 곡'.
다이어트 6주 차, 그녀의 저녁 식단표는 이제 음식만이 아니라 노래까지 포함했다. 이정현 영양사의 독특한 처방이었다. "음식이 몸의 허기를 채운다면, 노래는 마음의 허기를 채워요. 저녁 6시, 하루 중 가장 포기하고 싶은 그 시간에 노래를 부르면서 식사하세요. 눈 감고, 느리게, 간절하게."
처음에는 웃음이 나왔다. 노래로 살이 빠진다면 가수들은 모두 마른 몸이어야 했다. 하지만 영주는 막무가내인 영양사의 지시에 따르기로 했다. 어차피 8kg 감량이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 앞에서, 노래 한 곡이 뭐가 대수랴 싶었다.
그녀는 닭가슴살 샐러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오늘의 노래는 무엇을 골라야 할까. 손가락이 재생 버튼을 누르자 옛 팝송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첫 번째 포크를 입에 넣으며 노래의 첫 소절을 따라 불렀다.
"When the night has come, and the land is dark..."
입 안에서 씹히는 채소의 아삭거림과 목소리의 떨림이 묘하게 어우러졌다. 노래는 그녀의 식사 속도를 조절했다. 빠르게 삼키는 대신, 노래의 리듬에 맞춰 음식을 음미하게 만들었다. 한 소절을 부를 동안 그녀는 고작 두 번 포크를 들었다. 평소라면 벌써 반은 해치웠을 양이었다.
노래가 2절로 넘어갈 때, 영주는 이상한 일을 경험했다. 닭가슴살의 맛이 달라졌다. 아니, 그녀의 미각이 달라진 것 같았다. 맛을 느끼는 방식이, 느리게, 더 깊게 변화하고 있었다. 노래를 부르는 입술과 혀가 음식의 질감을 더 예민하게 포착했다.
6주 동안 매일 저녁, 그녀는 노래를 불렀다. 발라드, 팝, 트로트, 가리지 않았다. 그리고 노래는 그녀의 몸을 변화시켰다. 몸무게가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그녀의 목소리도 달라졌다. 뱃살이 빠지자 횡격막의 움직임이 자유로워졌고, 목소리는 더 깊고 풍부해졌다.
오늘, 마지막 6주 차의 저녁을 앞두고 그녀는 저울 위에 올라섰다. 8.5kg.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그녀가 얻은 것은 숫자만이 아니었다. 매일 저녁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했다. 음식의 맛을 온전히 느끼는 법을 배웠다. 무엇보다,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채우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저녁 여섯 시, 영주는 평소보다 조금 더 풍성한 식사를 테이블에 차렸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오늘은 노래 앱이 아닌 녹음 앱을 켰다. 이제 그녀는 다른 이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대신, 자신만의 노래를 만들어 부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첫 소절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살을 뺀다는 것은 무언가를 찾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