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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취업

지하철 노래방에서 취업을 노래하다

그녀가 '합격'이란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지하철 객차는 갑자기 노래방으로 변했다. "이번 역은 합격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단조로운 안내방송이 마치 축하 노래처럼 들렸다.

민지는 스마트폰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 달라지지 않는 메일 내용. '최종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여덟 번의 면접, 서른 두 번의 자소서,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밤을 지새우며 훈련한 자기소개. 그 모든 것이 이 여섯 글자로 수렴됐다.

객차 안은 평소와 다름없이 사람들로 가득했다. 무표정한 얼굴들, 이어폰을 꽂은 귀, 스마트폰에 고정된 시선들. 아무도 그녀의 마음속에서 터져 나오는 노래를 듣지 못했다. 민지는 불현듯 노래하고 싶었다. 정말로, 큰 소리로.

"저... 혹시 괜찮으시면," 그녀가 옆자리 중년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 제가 취업했어요."

여성은 잠시 놀란 듯 쳐다보더니 곧 미소를 지었다. "축하해요, 젊은이."

그 한마디가 도화선이 됐다. "저도 취준생인데, 어디 붙으신 거예요?" 맞은편의 청년이 물었다. 민지가 회사 이름을 말하자 몇몇 사람들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대단하네요. 어떻게 준비하셨어요?"

민지는 말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실패담, 포기하려던 순간들, 다시 일어선 방법들. 처음엔 두세 명이었던 청자가 점점 늘어났다. 이어폰을 빼는 사람들, 고개를 돌리는 사람들. 그녀의 이야기가 객차를 채웠다.

"면접관이 갑자기 영어로 물었을 때는 진짜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어요," 민지가 말했다. 모두가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마치 합창처럼 들렸다.

문득 한 노인이 조용히 말했다. "젊은이, 그 회사가 당신을 뽑은 건 행운이오. 당신같이 끈기 있는 사람은 드물어."

그때였다. 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했다. '상상만 했던 일들이~' 옛 가요의 한 구절이었다. 처음엔 서툴렀지만, 이내 다른 사람들도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낯선 이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가 객차를 채웠다.

민지는 그제야 깨달았다. 취업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진짜 성취는 이 순간, 자신의 이야기가 다른 이들의 노래가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노래는, 다음 역에서 또 다른 누군가의 귀에 닿을 것이다.

지하철이 다음 역에 멈추고 문이 열렸다. 몇몇 사람들이 내리면서 민지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다음에 또 만나요, 노래하는 취업자님." 민지는 미소를 지었다. 떨리는 첫 출근길에 자신이 부를 노래를 이미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