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와 남사친: 우리가 춤추는 이유
"내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네 심장을 뛰게 할 수 있을까?" 현우가 헤드셋을 건네며 묻자, 나는 잠시 망설였다. 뉴진스의 'Hype Boy'가 귓가에 울려 퍼지는 순간, 그의 눈빛이 내게 묻혀있는 질문들이 드러났다.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남사친과 여사친이라는 편안한 레이블 아래 15년을 함께했다. 현우의 집 거실에서 뛰어놀던 어린 시절부터, 고등학교 교실 창가에서 나눴던 소소한 대화들까지. 우리의 관계는 언제나 선명했다.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날은 대학교 3학년 겨울방학, 오랜만에 만난 현우가 자신의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자며 내게 다가왔다. "요즘 뉴진스에 빠졌어. 이 노래들이 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들어봐." 그의 목소리에는 평소와 다른 떨림이 있었다.
이어폰 너머로 'Attention'이 흐르는 동안, 현우의 시선이 내 얼굴 위를 맴돌았다. 익숙한 얼굴이었지만, 오늘따라 낯설게 느껴졌다. 창밖으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카페의 따뜻한 공기는 점점 무거워졌다.
"이 노래가 네 얘기야?" 내가 물었을 때, 그는 웃기만 했다. 그 웃음 속에는 15년 동안 내가 놓쳐왔던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플레이리스트의 제목을 읽어봐," 그가 말했다.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니 '지민에게 하지 못한 말들'이라고 쓰여 있었다.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뉴진스의 노래 가사가 갑자기 현실이 되어 내 귓가에 울렸다.
"넌 항상 내 남사친이었잖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문제야," 현우가 차분히 대답했다. "난 항상 네 남자친구가 되고 싶었어."
순간 카페 창문에 맺힌 김을 닦으며 고개를 돌렸다. 15년 동안의 기억들이 영화처럼 스쳐 지나갔다. 시험 전날 밤샘 공부를 도와주던 순간들, 첫 실연 후 어깨를 빌려주던 그 날, 내가 아플 때 죽을 끓여왔던 그 겨울... 모든 것이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왜 이제야 말해?" 내 목소리는 흔들렸다.
"두려웠어. 우리 사이를 망치는 게." 그의 눈에 진심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뉴진스의 노래를 들으면서 깨달았어. 'Attention' 가사처럼 네가 모르는 내 마음을 더 이상 숨기고 싶지 않았어."
봄이 오기 전 겨울의 마지막 눈이 창밖에 소복이 쌓이는 동안, 우리는 15년의 친구라는 경계선 위에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내 플레이리스트를 건넸다. 제목은 '현우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들'.
때로는 가장 친숙한 멜로디가 우리 마음속 가장 깊숙한 진실을 깨우는 법이다. 남사친과 여사친 사이, 우리는 뉴진스의 노래를 배경으로 오랫동안 미뤄왔던 춤을 추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