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의 드라마: 5분의 영원
그날 나는 진짜 뉴진스를 보았다. 적어도 내 눈은 그렇게 믿었다.
서울 한복판 노래방 '별빛'의 낡은 벨벳 의자에 몸을 묻고, 나는 백수 생활 3개월 차의 무력감을 음악으로 씻어내려 했다. 기계적으로 번호를 누르던 손가락이 멈춘 곳은 뉴진스의 'Hype Boy'. 지친 일상에 짧은 도피였다. 화면에 뮤직비디오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을 때, 노래방 문이 열렸다.
"여기 비었죠?" 다섯 명의 소녀들이 머리를 내밀었다. 형광등 불빛 아래 반짝이는 그들의 얼굴은 TV 속 아이돌 그 자체였다.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한 나를 그냥 지나쳐 그들은 의자에 편안하게 자리 잡았다. 귓가에 맴도는 노래와 눈앞의 광경이 기묘하게 일치했다.
"저기... 혹시..." 내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가장 키가 작은 소녀가 웃으며 말했다.
"닮았다고들 하죠. 우리가 진짜면 어떨 것 같아요?"
평범한 대학생처럼 보이는 그들은 리모컨을 집어 들고 노래를 바꿨다. 'OMG'가 흘러나오자 그들은 완벽한 안무를 선보였다. 일반인이라기엔 너무 완벽했다. 그들의 춤사위에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려졌다. 핸드폰을 꺼내려는 내 손을 한 소녀가 부드럽게 잡았다.
"비밀로 해주세요. 오늘만큼은 그냥 평범한 소녀들이고 싶어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그들은 데뷔 전 연습생 시절 이야기, 카메라 밖에서의 소소한 일상, 화려한 무대 뒤의 눈물과 고통을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내게 털어놓았다. 한 소녀는 가끔 집에 가고 싶을 때면 이렇게 변장하고 나온다고 했다. 또 다른 소녀는 노래방에서만큼은 완벽함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웃었다.
"우리한테 노래방은 드라마 같아요. 두 시간짜리 미니 드라마. 여기서는 누구의 기대도 충족시킬 필요 없이 그냥 우리일 수 있거든요."
마이크를 건네받았을 때, 나는 그들 앞에서 내 인생 최고의 무대를 선보였다. 우리는 서로의 노래에 박수치고, 웃고, 때로는 진지하게 조언을 나눴다. 마치 오래된 친구들처럼.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고 그들은 일어섰다. 계산은 자신들이 하겠다며, 그들은 지갑을 꺼냈다. 한 소녀가 내게 종이를 건넸다. 거기엔 짧은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우리 모두에겐 무대가 있고, 삶은 매일이 드라마예요. 당신의 노래, 멋졌어요."
다음 날 뉴스에는 뉴진스의 깜짝 팬미팅 소식이 없었다. SNS에도 목격담은 올라오지 않았다. 카운터에 물어보니 어제 내 다음 예약자는 고등학생 다섯 명이었다고 했다. 종이쪽지는 여전히 내 지갑 속에 있지만, 이제는 그들이 진짜 뉴진스였는지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할까? 그날 밤의 드라마는 내게 새로운 용기를 주었고, 오늘 나는 세 달 만에 처음으로 이력서를 들고 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