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뉴진스아내

뉴진스 아내: 기억의 주파수

그녀는 내가 결혼한 아내와 똑같은 얼굴이었다. 스타일만 달랐다. 핸드폰 화면에서 뉴진스의 '하입보이' 뮤직비디오가 흘러나오는 동안,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온몸이 얼어붙은 채 화면을 응시했다. 천천히 줌을 당겨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은, 20년 전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 그대로였다.

"이 친구는 누구지?" 옆에서 열 살 딸이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내 침묵이 길어지자 딸은 화면을 탭해 멈췄다. "아빠?"

2023년, 대한민국. 거실의 에어컨 바람이 차갑게 얼굴을 스쳤지만 내 이마에는 땀이 맺혔다. 돌아가신 아내의 얼굴이 10대 아이돌의 모습으로 부활한 것처럼 보이는 이 상황이 비현실적이었다. 그것도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아빠, 괜찮아요?" 딸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나는 핸드폰을 집어들고 영상을 처음부터 다시 재생했다. 하이틴 팝의 경쾌한 비트와 함께 춤추는 그녀. 내 아내였던 사람과 99% 일치하는 얼굴의 그녀. 검색창에 'New Jeans 멤버 개인정보'를 입력했다. 손가락이 떨렸다.

2005년, 아내는 임신 8개월차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우리의 아이도 함께. 그 후 나는 재혼도, 다른 사랑도 하지 않았다. 딸은 동생의 아이로, 그 동생마저 세상을 떠나며 내게 맡긴 혈육이었다.

멤버 정보를 읽는 내 눈이 멈췄다. '2004년 생'. 그리고 출생지는 아내의 고향과 같았다. 계산이 되지 않았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때가 2005년인데, 이 아이는 2004년생이라니. 입양? 친척? 다른 혈연관계? 모든 가능성이 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무슨 일이에요?" 딸의 물음에 정신을 차렸다. 그제야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아니, 그냥... 누군가를 많이 닮았구나 싶어서."

딸은 영상을 다시 플레이했다. "이제 뉴진스가 좋아졌어요? 아빠도 팬 되실래요?"

곁에 앉은 내 딸은 이 상황이 얼마나 기이한지 모른다. 아이돌 그룹의 영상 속에서 20년 전 죽은 아내를 발견한 아버지의 심정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도시의 불빛이 반짝였다.

오늘 밤, 나는 오래된 앨범을 꺼내볼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팬사인회 티켓을 알아볼지도 모른다. 죽은 사람을 찾아 헤매는 미친 중년 남자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럴 가치가 있다. 어쩌면 우리는 다른 주파수로 살아가는 평행우주의 존재들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때로는 그 주파수가 맞아떨어져,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을 다시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 있는 것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