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애니: 움직이는 경계선
현실과 픽셀 사이의 경계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지민은 그 소리를 들으며 눈을 깜빡였다. 홀로그램처럼 떠 있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녀의 방 한가운데 서 있었다. 여러 색의 빛이 방 안에 흩뿌려지며 캐릭터의 윤곽을 따라 춤추는 것 같았다.
"나 하이브 프로젝트야. 넌 나를 도울 거야." 캐릭터의 목소리는 기계음과 소녀의 목소리가 묘하게 섞인 톤이었다.
지민은 불과 한 시간 전 어머니가 물려주신 뉴진스—90년대의 복고풍 스타일—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 바지의 주머니에서 작은 장치를 발견했었다. 호기심에 그 장치를 만졌을 뿐인데, 눈앞에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나타난 것이다.
"무슨...도움?" 지민의 목소리가 떨렸다.
"너의 세계와 내 세계는 연결되어 있어. 오랫동안 우리는 너희 인간들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였지. 하지만 지금, 우리 세계가 위험해." 홀로그램 소녀의 머리카락이 보이지 않는 바람에 일렁였다.
창밖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홀로그램 소녀의 말이 묘하게 어우러졌다. "우리 세계에서는 이것을 '패러독스 웨이브'라고 불러. 작가와 크리에이터들이 더 이상 창작을 하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이야. 그들이 AI에게 모든 일을 맡기면서..."
지민은 입을 다물었다. 그녀도 학교 숙제를 위해 AI 작문 도구를 사용했었다. 그녀의 옷장에서는 여러 번 입지 않은 옷들이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그녀의 책상 위에는 그림을 그리다 만 스케치북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우리 세계의 색이 바래고 있어. 인간의 창의력, 특히 청소년들의 상상력이 우리 세계를 유지하는 원동력이었는데..." 홀로그램 소녀의 목소리가 잠시 끊겼다. 그녀의 형체가 깜빡이며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지민은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 "어떻게 도와줄 수 있지?"
"너의 뉴진스... 그건 창의력의 상징이야. 뭔가 새롭지만, 동시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너의 상상력으로..." 홀로그램 소녀의 목소리가 다시 끊겼다.
지민은 그 순간 깨달았다. 어머니의 청바지, 그녀가 지민의 나이였을 때 입던 옷. 그 시절 어머니는 매일 그림을 그렸고, 이야기를 썼고, 노래를 불렀다고 했다. 스마트폰도, AI도 없던 시절의 순수한 창작 행위.
지민은 서랍을 열어 스케치북을 꺼냈다. 색연필을 집어 들었다. 홀로그램 소녀가 미소 지었다. 그녀의 형체가 점점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뉴진스를 입고, 애니메이션의 세계로 뛰어들어 볼까?" 지민이 첫 선을 그리자, 방안에 빛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녀의 창의력이 흘러나오는 순간, 두 세계 사이의 경계는 더 이상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