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의 여름: 우리가 춤추던 그해
유리창에 맺힌 물방울이 햇빛에 반짝이던 날, 나는 뉴진스의 노래를 처음 들었다.
그건 마치 운명 같았다. 학교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온 'Hype Boy'의 첫 음절이 내 귀를 때린 순간, 몸이 저절로 반응했다. 팔뚝에 소름이 돋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내 열여덟 살 여름은 그렇게 시작됐다.
"야, 정현아! 이번 주말에 뉴진스 버스킹 본다며?" 은지가 내 책상에 턱을 괴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동네 작은 광장에서 뉴진스 커버 댄스 팀이 공연한다는 소식은 이미 입소문을 타고 퍼져 있었다.
그날 오후, 쏟아지는 햇살 아래 우리는 광장으로 향했다. 아스팔트에서 뜨거운 열기가 올라와 발바닥을 데웠고, 매미 소리는 여름의 BGM처럼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최대한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음악이 시작되자 다섯 명의 댄서들이 무대에 올랐다. 그들은 진짜 뉴진스가 아니었지만, 우리에겐 그 순간만큼은 진짜였다. 'Attention'의 첫 비트에 맞춰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광장은 열기로 가득 찼다. 은지와 나는 자연스럽게 따라 추기 시작했다. 어깨를, 팔을, 몸을 흔들었다. 서툴고 어색했지만 그때만큼 자유롭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정현아, 너 웃는 거 진짜 오랜만이다." 은지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언제부터인가 웃음을 잃고 살았던 나였다. 부모님의 이혼, 전학,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숨 쉴 틈조차 없었다. 그런데 이 순간, 이 음악 앞에서는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았다.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우리는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샀다. 아이스크림이 녹아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것도 모른 채 우리는 계속해서 뉴진스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 달콤한 멜로디는 마치 여름의 맛 같았다. 달콤하고, 짜릿하고, 때로는 씁쓸한.
"우리도 춤 배울까?" 내가 문득 물었다. 은지의 눈이 반짝였다. 그렇게 우리의 여름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유튜브 튜토리얼을 보며 안무를 배우고, 은지네 지하실에서 연습했다. 땀이 등을 타고 흘러내리고, 다리는 후들거렸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았다.
8월 말,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우리는 작은 용기를 냈다. 같은 광장에서, 우리만의 버스킹을 하기로 한 것이다. 관객은 많지 않았다. 그저 지나가는 행인 몇몇과 우리를 응원하러 온 반 친구들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음악이 시작되고, 우리의 몸이 움직였다. 실수도 있었고, 중간에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우리가 세상의 중심이었다. 박수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처음으로 내가 빛나고 있다고 느꼈다.
지금도 가끔, 무더운 여름날이면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뉴진스의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때면, 나는 잠시 눈을 감고 그 여름으로 돌아간다. 우리가 춤추고, 웃고,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꼈던 그 찬란한 순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