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다이어트 드라마
몸무게계가 화면에 73.8kg을 표시했을 때, 나는 내 인생에서 마지막 다이어트를 선언했다. 이번엔 진짜 마지막이라고. 이전의 수십 번 마지막 다이어트들처럼.
"오늘부터 탄수화물 끊고, 하루 8천 보 걷고, 물 2리터 마시고..." 거울 앞에서 다짐하는 내 모습은 마치 주인공이 바뀐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 장면 같았다. 3개월 전의 나, 6개월 전의 나, 1년 전의 나... 같은 대사를 읊조리던 전작들의 실패한 주연배우들.
냉장고를 열자 어제 새벽 배달시켜 먹다 남은 치킨이 나를 조롱하듯 반겼다. 기름기 묻은 손잡이를 닦으며 휴대폰이 울렸다. 우리 동네 헬스장에서 온 문자였다. "36개월 약정 등록 시 50% 할인!"
삶은 계란 두 개와 샐러드로 아침을 때우고 출근길에 올랐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옆집 김 과장과 마주쳤다. 그녀의 몸은 작년보다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비결이 뭐예요?" 물었더니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드라마예요. 드라마처럼 살아요"라고 말했다.
그날 저녁, 넷플릭스로 새 드라마를 보며 생각했다. 모든 드라마에는 기승전결이 있고, 주인공은 항상 변화한다. 시련을 겪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결국 성장한다. 내 다이어트에는 '성장'이 빠져있었다. 결과만 바라보며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만들지 못했던 것이다.
다음 날부터 내 다이어트를 하나의 드라마처럼 기록하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에 '#내인생다이어트드라마'라는 해시태그를 만들고, 실패와 성공, 유혹과 극복의 순간들을 올렸다. 처음에는 0명이던 시청자가 어느새 수백 명으로 늘어났다.
"오늘은 케이크를 참았다" "계단 100개를 올랐다" "달리기 5분에서 15분으로 늘렸다" 숫자보다는 과정에, 완벽함보다는 진정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내 드라마의 시청자들은 작은 성취에도 댓글로 박수를 보냈다.
6개월 후, 체중계에 올라섰다. 63.2kg. 그러나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더 이상 '마지막 다이어트'라는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내 인생 드라마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니까.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를,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를 응원하는 끝나지 않는 시리즈물처럼.
거울 속 주인공은 이제 알고 있다. 진짜 다이어트는 숫자가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과정이란 것을. 그리고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몸이 아닌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당신의 다이어트 드라마는 어떤 장르인가요? 로맨스? 액션? 아니면 성장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