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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보드게임

다이어트 보드게임: 살을 빼면 이기는 게임

"이번 주에 500g 빼면 네가 이기는 거야. 못 빼면 네 월급 10만원은 내 통장으로 직행이고."

내가 시작한 이 위험한 내기는 그렇게 우리 사무실 전체로 번졌다. 처음엔 단순했다. 살 좀 빼보자는 마음에 친한 동료와 시작한 작은 도전이었는데, 어느새 회사 전체가 참여하는 기괴한 보드게임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회의실 벽에 거대한 보드판을 만들었다. 각자의 미니어처는 자신의 체중 감량에 따라 칸을 이동했다. 500g을 빼면 한 칸, 1kg을 빼면 두 칸. 그런데 중간중간 함정 카드가 있었다. '회식 참석 - 두 칸 뒤로', '야근 스트레스 - 냉장고 습격 위기', '청바지 한 치수 줄었다 - 보너스 칸 이동'.

처음에는 다들 웃으며 참여했다. 회사 분위기도 좋아졌고, 실제로 효과도 있었다. 첫 달, 마케팅팀 지영이는 3kg을 빼며 보드판의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두 달째, 게임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박 대리, 지난주보다 200g 늘었네요? 벌칙 카드 뽑으세요."

벌칙 카드에는 '점심시간에 계단 오르기 10분', '다음 회식에서 물만 마시기' 같은 것들이 적혀 있었다. 사람들은 이 게임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체중계를 속이기 위해 아침에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몇몇은 이뇨제를 먹기도 했다. 회의실에서는 서로의 몸매를 품평하는 대화가 오갔다.

나는 이 게임이 점점 불편해졌다. 하지만 내가 시작한 일이라 그만두자고 할 수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사팀 민수가 갑자기 쓰러졌다. 지나친 다이어트로 인한 탈수와 영양실조였다.

그날 저녁, 우리는 병원 대기실에 모였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벽에 붙은 건강 포스터가 우리를 비웃는 것 같았다.

"이제 그만하자."

내가 말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나는 회의실에 들어가 보드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게임을 그렸다. 칸마다 '오늘 한 가지 자신을 칭찬하기', '동료에게 진심 어린 칭찬 한마디', '가장 좋아하는 간식 함께 나누기'.

이번 게임의 목표는 간단했다. 그저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우는 것. 우리가 정말 빼야 할 것은 살이 아니라, 서로를 저울에 올려놓고 판단하는 습관이었으니까.

지금 우리 회사의 보드게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제 이기는 사람은 따로 없다. 우리 모두가 이기는 게임이 되었으니까.